투자 교과서에 나와 있는 투자의 정석은 장기 투자다. 초보 시절 "좋은 주식을 사서 주권(株券)을 인출해 벽지 대신 붙여놓아라"라는 선배의 충고를 듣고 감동했던 기억이 새롭다.그러나 귤이 강남에 오면 탱자가 된다는 말처럼 우리나라에서는 통하지 않는다고 대다수 투자자들은 말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시장에서도 단타가 더 현명하다는 충고가 상당수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장기 투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샀다가 주가가 떨어져서 손절매도 못하고 결과적으로 오래 보유하게 되어 버리는 경우('소금 절이기'라고도 부른다)가 우리나라 장기 투자의 가장 대표적인 동기일 것이다. 월 스트리트의 격언대로 실패한 투기가 투자가 되어버린 경우다.
문제는 단타 역시 전체로 봐서는 그다지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처럼 투자자들이 주식을 단기적인 거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우 그 부작용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투자자 몫으로 돌아간다. 증시에서 투자자들이 하루 이틀 사고 팔다가 사라질 뜨내기로 치부되는 순간 회사의 경영진이나 대주주는 이들에 대해 특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진다. 상장 기업으로서는 이들이 서로 사고 팔며 가지고 놀 수 있는 주식이라는 종이쪽지를 필요할 때마다 찍어서 주면 된다.
그러니 주가만 올라가면 엄청난 주식 물량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배당에 대한 요구도 강하지 않고 경영에 대한 장기적인 기대도 없다. 투자자들은 모두들 다른 투자자들에게 떠넘길 욕심으로만 가득 차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자신만 예외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피해를 입는 데는 예외가 없다.
초기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투자 지표는 배당수익률이며 요즘에 와서도 선진국에서 가장 유력한 투자 척도로 인정을 받고 있다고 한다. 기업이 주주들에게 말이 아닌 돈으로 경영성과를 보여주는, 두 말이 필요 없는 투자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11월에 증권사들이 일제히 배당 투자 유망 종목들에 대한 정보를 쏟아냈지만 요즘은 이르면 8월께부터 증권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저금리 탓에다 기업과 정책당국의 배당에 대한 인식과 정책도 변화하고 있고 7, 8월의 증시 휴한기를 이용한 저가 매수가 가능하다는 점이 그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8월부터는 배당투자 유망 종목에 대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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