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차세대연구팀의 정홍식 수석연구원은 요즘 사내 식당에 갈 때마다 놀라곤 한다. 낯선 외국인 연구원들이 갑자기 많아졌기 때문. 정 수석연구원은 "처음 보는 연구원들과 인사하고 얼굴 익히기에 바쁘다"고 말했다.정 수석연구원이 이끌고 있는 '뉴 메모리 프로젝트' 팀에도 최근 영국 캠브리지대 박사 출신의 홍콩인과 러시아 수학 올림피아드 2회 연속 우승 경력을 지닌 러시아인 등 외국인 연구원 2명이 새로 합류했다. 최근 기업마다 글로벌 핵심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하기 위한 경쟁이 불붙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이나 제품력 못지않게 우수한 해외 인재를 발탁해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
글로벌 인재 확보에 가장 먼저 발벗고 나선 기업은 삼성. 이건희 회장이 최근 신경영 2기의 화두로 '천재 경영론'을 역설한 이후 삼성 계열사들은 해외 사업부를 중심으로 외국인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불황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실적을 올리며 공격경영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올들어 300여명 이상의 외국인 핵심인력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LG도 LG전자의 중국 내 연구원을 2005년까지 700여명에서 2,000여명으로 늘리기로 하는 등 계열사별 외국인 채용이 활발해지고 있다. 포스코도 최근 인사담당자를 유럽으로 보내 이 달 중 현지 채용을 할 계획이다.
어떻게 뽑나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각 사업부별 책임자가 수시로 출장을 다니면서 인재를 확보하는 '리크루트 투어'를 실시하는 것은 기본. 또 잠재력을 지녔다고 판단할 경우 해외 사업부를 통해 대학 졸업예정자를 미리 선발하기도 한다.
해외본부에 직원채용 권한을 넘기는 등 글로벌 인사시스템을 확보한 삼성의 경우 하버드대 등 10개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을 대거 스카우트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미 MIT대학 미디어랩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도 인재의 조기 선발을 염두에 둔 것. 삼성은 확보한 해외 인재들을 S(super)급, A급, H(high―potential)급 등으로 나눠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 동안 해외연구소와 해외 사업부를 중심으로 외국인 인재를 채용 했던 LG전자도 유치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자 해외 대학생들을 국내 및 해외 법인에 3주간 근무하도록 하는 글로벌 인턴십 제도를 도입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앞으로 글로벌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기업 경쟁력이 좌우될 것"이라며 "각 분야 최고를 자부하는 인재들이 스스로 몰려들고 있어 조만간 삼성전자 출신의 노벨상 수상자도 나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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