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이 한달 넘게 계속되면서 파업피해가 창사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생산차질로 해외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해외생산·수출 기반이 상실될 위기에 처했다.27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이후 노조의 잔업·특근 거부와 부분·전면 파업이 이어지면서 이날까지 9만9,215대의 자동차 생산차질을 보여 총 1조3,106억6,50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생산차질은 1998년 파업 당시 9만6,681대의 손실을 넘어선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이번 주 전직원이 여름휴가에 들어간 데다, 휴가가 끝나는 다음달 4, 5일에도 노조가 전 사업장에서 주·야 6시간 부분파업과 4시간 잔업거부를 계속할 방침이어서 피해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부터 해외공장 생산중단
계속되는 파업으로 러시아, 이집트, 말레이시아, 파키스탄의 조립공장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가동이 중단됐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 터키의 현지공장도 조만간 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특히 쏘나타를 생산하는 베이징현대차는 엔진과 트랜스미션 등 주요 부품의 재고가 이 달 말이면 바닥나 여름 휴가 이후 현대차 생산이 정상화하지 않으면 다음달 초부터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 또 러시아와 이집트 조립공장들은 "가동중단 이후 딜러들이 현대차와 거래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오는 등 영업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완성차 수출의 경우도 그 동안 현지 재고분으로 버텼으나, 대미 수출분 5만여대를 포함해 총 6만3,000여대의 선적이 이뤄지지 않아, 싼타페 등 인기차종은 이미 물량이 바닥을 드러내는 등 조만간 판매 중단사태를 빚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의 파업이 다음달에도 계속되면 그 동안 힘겹게 신뢰를 구축한 수출시장 자체가 무너지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파업으로 생산이 마비되면서 주문을 소화하지 못해 소비자들은 10∼40일을 기다려야 차량을 인도 받을 수 있을 정도다.
재계·노동계 대리전에 사태악화
현대자동차 파업피해가 사상최대 규모로 확대된 것은 올 임금 및 단체협약이 재계·노동계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42개 단체협상 요구사항 중 미합의 사항이 18개 정도로 압축되면서 조기타결 분위기가 고조되던 15일 금속노조 단체교섭에서 '노동조건 후퇴 없는 주40시간제'가 합의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돼 18일 전면파업으로 확대된 것이 이번 파업의 특징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또 노조 집행부도 의료비 지원 직계가족 확대 임금 인상 시 정기승급분까지 자동포함 등 합의사항을 이번 임단협의 성과로 자평하면서도 "주40시간 해결 없이는 다른 어떤 조건 제시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힌 점 역시 이번 임단협이 단순한 개별 사업장 교섭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사측이 기본급 9만5,000원 인상, 성과급 200% 및 생산목표 달성 격려금 100% 지급 등 기본급 대비 8.4% 임금인상안을 제시했는데도, 노조가 사상최대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동일수준 대우를 요구하며 거부한 것은 전세계적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자동차 산업여건을 생각할 때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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