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대철 대표는 27일 다시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를 찾았다. 선친인 고 정일형 박사와 고 이태영 박사의 묘소를 찾은 것은 검찰의 출두 요구를 받은 14일에 이어 두 주일 만이다.정 대표는 참배 후 기자들이 이달 말 검찰 출두 언급을 상기시키자 "동료 의원, 동지들과 상의해 결정하겠다. 미룰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지금은 신당문제가 타협점을 찾는 기로"라며 "이달 말까지 안되면 2∼3주내에 전당대회를 해서라도 매듭지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일단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버티면서 청와대를 더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 대표는 또 "노무현 대통령이 얘기하는 당정분리는 권위주의 시대에 나온 얘기"라며 "지금 같은 때는 당정협조가 더 필요하고 중요한 순간"이라며 노 대통령의 '불개입 노선'을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정 대표는 "노 대통령은 신당추진에 관여할 수도 있었지만 시기를 놓쳤다"면서 "이제 와서 나서면 더 이상하다"고 말했다. 자신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신당추진과정에 노 대통령과 뜻을 달리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정 대표는 그 동안 "당이 없으면 청와대도 없다"는 '순망치한(脣亡齒寒)'론을 펴면서 노 대통령을 몰아세웠다. 그러나 청와대는 요지부동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 대표는 선택에 고심하고 있다. 정 대표는 25일 밤에도 측근들과 통음한 뒤 새벽에 귀가해 그날 종일 칩거하며 숙고를 거듭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48시간 체포시한을 이용, 29일 이전에 전격 출두하는 방안을 거론하기도 한다. 체포동의안이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시 국회 회기가 31일까지인 만큼 검찰은 그를 귀가시켜야 한다. 8월 국회 의사일정이 확정되는 대로 다음달 초에 같은 방안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수사 진전과 함께 그의 대표직이 흔들리고 사퇴압력이 본격화하는 상황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측근은 " 정 대표는 출두 약속을 어떤 형태로든 지킬 것"이라면서 "그러나 상황이 검찰의 기소까지 치달을 경우 신·구주류를 아우르는 '당의 중심'으로서의 위치를 상실할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정 대표는 검찰과 당내 비판세력 사이에서 살얼음판 같은 곡예를 계속하며 향후 수일 내에 생존을 위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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