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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소득 2만달러에 집착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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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소득 2만달러에 집착말자

입력
2003.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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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생들은 별 관심이 없는 듯 하지만 필자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만 하더라도 거의 모든 남학생들이 통과의례처럼 당구에 입문했다. 누가 여름방학 동안에 200을 돌파했다는 소문이 돌면 많은 학생들의 마음은 초조해진다. 200이면 고수의 반열에 드는 점수다. 그래서 수업도 빼먹고 하얀 공 안 건드리고 빨간 공 두 개 맞추는 연습에 몰입한다.하지만 같은 200이라도 실력이 천차만별이기 마련이다. 핸디캡이 있고, 지는 사람이 게임 값을 내기 때문에 돈 많은 친구들은 실력에 비해 빨리 200이 되지만 돈 없는 친구들은 여간해서는 점수를 올리지 않는다. 또 인천의 당구는 하도 '짜서' 인천의 200은 서울의 300과 맞먹는다는 소문도 있었다.

요즘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구호가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국제학술대회의 연설에서도 빠짐 없이 등장한다. 동시에 일본과 홍콩은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 되는데 6년 밖에 안 걸렸다는 이야기가 우리를 초조하게 한다. 국민소득 2만 달러는 우리가 세계에 20여 개국 밖에 없는 경제고수의 대열에 서는 것을 상징한다. 또 구체적인 숫자 목표를 정하고 노력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2만 달러 목표에 목을 맬 필요는 없다. 국민소득을 측정하는 데는 당구점수보다 몇 배 더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 한 사람이 사과를 1만 개 생산한다고 하자. 사과 한 개의 가격이 1,200원이고 환율이 달러당 1,200원이라고 한다면 달러로 바꾼 사과의 가격은 1달러가 된다. 따라서 생산량 1만개에 가격 1달러를 곱한 1만 달러가 달러로 평가한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이 된다.

이 국민소득을 2만 달러로 올리는 명실상부한 방법은 생산량을 2만개로 증가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다. 환율을 고정시킨 채 돈을 마구 찍어내서 물가(사과 1개 가격)를 2,400원으로 올리거나, 물가는 유지하고 환율을 달러당 600원으로 떨어뜨리면 사과의 달러가격을 2달러로 만들 수 있다. 그러면 국민소득은 2만 달러가 된다.

두 번째 방법으로 2만 달러가 되어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경제성장은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자고 하는 것이지 남한테 점수 더 받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이는 매우 위험한 방법이다. 실력 없이 점수만 올리면 게임 값만 내게 된다. 외국사과는 1달러인데 우리사과만 2달러로 오르면 수출은 안되고 수입과 실업이 급증한다. 바로 외환위기로 가는 지름길이다.

과거 빠른 속도로 2만 달러에 진입했던 선진국들은 두 번째 방법의 덕을 본 것이 사실이다. 달러 물가가 연간 5%로 증가했던 1980년대에는 수출에 타격을 받지 않고도 달러가격을 같은 속도로 증가시킬 수 있었다. 이는 생산량 증가율을 5%로 유지할 수만 있어도 7년에 달러 소득이 2배로 증가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가 이 덕을 보긴 매우 힘들어 보인다. 과거와는 달리 세계의 물가가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환율과 물가의 장난으로 달러 소득이 무의미하게 출렁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경제학자들은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 각 국의 현재 사과생산량을 과거 일정 시점에 성립했던 사과의 국제가격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 올바른 방법으로 계산하면 일본의 소득이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 되는데는 6년이 아니라 20년이 걸렸다.

헛된 목표에 집착하면 이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어리석은 실망감의 포로가 된다.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생산성 증대와 고가의 신상품 개발이다. 선정적이고 위험한 목표를 버리고 기술발전과 제도개혁으로 경제성장률을 5%로 유지하는 현실적인 목표에 충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송 의 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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