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겜코브 지음·김대웅 옮김 시아출판사 발행·2만5,000원'친애하는 엥겔스, 자네 울고 있나, 아니면 웃고 있나. 자네 자고 있나, 아니면 깨어 있나. 3주 전부터 맨체스터로 보낸 여러 장의 편지에 대한 답장을 전혀 받지 못했다네.'
1857년 2월24일 카를 마르크스는 프리드리히 엥겔스로부터 한동안 편지를 받지 못하고 근심이 뚝뚝 묻어나는 이 편지를 썼다. 거의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두 사람이 주고 받은 편지가 20년 동안 1,300통이 넘는다. 통독 이전 동독 마르크스 레닌주의 연구소 부소장을 지낸 겜코브는 이 평전에서 마르크스주의 창시자인 두 거장의 면모를 한데 보여주고 있다. 책은 마르크스 사상 성립에서 그 역할이 다소 폄하된 엥겔스의 면모를 부각한 것이 특징이다.
저자에 따르면 두 사람은 저작 활동에서 함께 토론했기 때문에 작품 대부분이 사실상 공동 저작의 성격이 강하다. 1848년 발표된 '공산당 선언' 역시 마르크스·엥겔스 공동 작업으로 진행되다가 엥겔스가 다른 임무를 위해 파리로 갔기 때문에 마르크스가 마무리했다. 1883년 마르크스 사후 '자본' 제2권과 제3권을 난해하기 짝이 없는 메모 등을 풀어가며 엥겔스가 정리해 출간했으며 1851년부터 10여년 뉴욕 데일리 트리뷴에 실린 마르크스 필명의 정치비평 상당수가 사실은 엥겔스가 쓴 것이었다.
두 사람의 교류와 마르크스 저작이 이루어진 경위 등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이 평전에서 저자는 엥겔스를 마르크스와 더불어 위대한 사상가이자 철학자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범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