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통일운동 단체 등이 주최한 '한반도 핵 문제에 대한 민간법정'이 열린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 컨벤션홀. 검은 법복을 차려 입은 재판관 박순경(80·사진) 전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노구에도 불구하고 법정 단상에 꼿꼿이 앉아 6시간 동안 이어진 북한과 미국 양측 변호인의 공방을 경청했다.한반도 핵 문제 민간법정은 한반도에 닥쳐온 핵 위기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국제법의 기준에 맞춰 재판 형식으로 모색해보고자 열린 행사. 박 전 교수를 비롯한 재판관 3명과 북·미 양측의 변호인 증인 시민중재인 등 30여명이 각각 역할을 맡아 '북한 핵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논박을 벌였다. 여기에서 나온 선고 결과와 중재안은 28일 주한 미대사관 등에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전달된다. 박 전 교수가 실제 법정에 서본 경험은 범민련 부위원장으로 일하던 1991년 일본에서 주체사상을 다룬 세미나를 했다는 이유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것이 전부. 박 전 교수는 "진정한 객관성은 북한과 미국 양측의 의견을 적당히 절충하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따져 판단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단호히 밝혔다.
1966년부터 89년까지 34년간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의 대표적 여성 신학자로 인정 받았던 박 전 교수는 지난달 9일 국내 최초로 유명 신학자 칼 바르트의 '교회교의학'을 번역하는 노익장을 과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 전 교수는 재판을 마치면서 "미국은 언제라도 핵무기로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데도 일방적으로 북한에만 핵 무기 개발 포기를 강요하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고쳐나가려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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