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최근 사담 후세인의 두 아들을 사살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주택 안에 완전 포위된 상태에서 저항하는 그들에게 무려 10발의 대전차 토 미사일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25일 처참하게 망가진 시신의 얼굴을 언론에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그러나 이는 모순과 오류투성이인 이라크전쟁의 실체를 직시하면 곁가지 삽화에 불과하다.
미국 의회가 작성한 9·11 테러 진상보고서가 이날 발표됐다. 수십 차례의 공개·비공개 조사를 거쳐 작성한 900여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특히 관심을 끈 부분이 있다. 이라크와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 사이에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대목이다. 사담 후세인이 9·11테러의 배후인 빈 라덴과 손을 잡고 국제사회를 위협한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주장이 틀렸다는 뜻이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관련 정보의 왜곡·과장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미국의 주도로 강행된 이라크전쟁의 오류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부시 대통령은 말한다.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으면 어떻냐고. 미국이 '극악무도'한 후세인 정권을 타도해 이라크인에게 자유를 준 것만 해도 좋은 일 아니냐고. 하지만 "미 군정하의 이라크인들은 후세인 치하와 다를 것이 없다"는 내용의 최근 앰네스티 보고서는 그러한 주장을 공허하게 한다.
후세인의 두 아들 사살로 한풀 꺾이리라는 이라크인들의 저항도 기대와는 달리 한층 격렬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 승리 분위기를 타고 재선 가도를 질주하겠다는 생각일 테지만 꼬여 드는 상황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김철훈 국제부 차장대우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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