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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국의 지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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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국의 지배자들

입력
2003.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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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필저 지음, 문현아 옮김 책벌레 발행·1만2,000원세계화에 반대하는 시위가 지구 전역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반세계화 진영은 대안 없이 반대만 하는 무책임한 무리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온갖 화려한 수사와 그럴듯한 통계의 뒷편에 가려진 세계화의 어두운 면을 들여다보면 그들의 저항이 매우 절박한 몸짓임을 깨닫게 된다.

호주 언론인 존 필저가 쓴 '제국의 지배자들'(원제 'The New Rule of The World', 2002)은 제국주의와 세계화가 낳은 참상을 고발하는 4편의 다큐멘터리로 돼 있다. 미국이 주도하고 부자 나라들과 다국적 기업들이 휘두르는 제국주의적 권력과 그에 따른 무차별적 세계화의 압력이 보통 사람들의 삶과 희망을 어떻게 박살내고 있는지 생생한 사례를 통해 폭로하고 세계화의 본질을 파헤친다.

첫 장은 세계은행으로부터 '모범생'이라는 극찬을 들었지만 그 대가로 수백만 명이 죽고 가난으로 내몰렸던 인도네시아의 눈물을 말한다. 제 2장에서는 10년 이상 지속된 서방의 경제 제재로 고통받고 있는 이라크의 절규를 듣는다. 제 3장은 9·11 테러와 아프가니스탄 폭격 이후에 드러난 미국의 새로운 세계 전략과 거기에 동원되는 언론 조작의 실태에 주목한다. 마지막 장에서 지은이는 자신의 조국 호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호주 원주민들의 참혹한 현실을 고발한다.

지은이의 말에는 분노가 녹아있다. 신랄한 비판과 뜨거운 연민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지만, 감정에 치우친 서술이 되지 않도록 객관적 자료를 충분히 제시하고 있다. 이라크의 비극은 사망자 통계에서 바로 드러난다. 유니세프 보고서는 1991∼98년 이라크의 5세 이하 어린이 사망자가 50만명에 이르며, 어른까지 합치면 100만명이나 된다고 밝히고 있다. 경제제재로 목줄이 졸린 채 못 먹고 병 들어 죽은 것이다. 이 끔찍한 사실을 미국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1996년 미국 TV의 시사 프로그램 '60분'에서 당시 유엔 주재 미국대사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그런 희생이 가치가 있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매우 어려운 선택의 문제이지만 우리는 그 희생이 치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미국이 몰두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 지은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쟁은 테러리즘이다. 이 전쟁의 가장 유력한 무기는 거짓 정보다. 반대 의견은 '합의된' 영역 안에서만 허용되면서 정보와 언론의 '자유'라는 환상을 강화한다." 무자비하게 굴러가는 제국주의와 세계화의 바퀴에 짓밟힌 사람들을 상기하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눈을 부릅뜨고 진실을 보라.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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