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회 아쿠타가와상과 나오키상이 발표되었다. 아쿠타가와상은 요시무라 만이치의 '철사벌레', 나오키상은 이시다 이라의 '4TEEN'과 야마무라 유카의 '별들의 배'가 받았다.일본에는 크고 작은 문학상이 400여 개나 된다. 그 중에서 가장 저명한 것이 아쿠타가와상과 나오키상이다. 이 두 문학상은 문예춘추(文藝春秋)사를 주재하던 일본 근대문학의 유명 작가 기쿠치 간이 요절한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나오키 산주고를 기리기 위해 그들의 이름을 따서 1935년에 제정했다. 시상은 일년에 두 번, 1월과 7월에 한다.
일반적으로 아쿠타가와상은 '순수문학'을 대상으로 하고 나오키상은 '대중문학'에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이라는 분류 자체가 부정되기 시작하면서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도 나오키상보다는 아쿠타가와상이 권위가 높은 게 사실이다.
아쿠타가와상은 일반인들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순수문학'의 영역에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작품을 선정해 세상에 널리 알려 화제를 모으는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는 이 상을 받기만 하면 일평생 직업작가의 길이 보장될 만큼 권위와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는 수상작은 재미가 없고 받을 만한 사람에게는 상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 그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나 요시모토 바나나도 이 상을 받은 적이 없다.
이런 비판이 나오게 된 것은 수상작을 선정하는 심사위원들의 안목이 문학작품의 새로운 개성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과 불필요한 정치성이 개입해 신뢰감을 잃었다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기존의 문학상이 '순수문학'이라는 개념을 바탕에 두고 대상의 범주를 설정하고 있는 데 반해 실제로 발표되는 작품은 기발한 상상력과 재기발랄한 문장력을 뽐내며 전혀 새로운 문학의 형태를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학상이 문학계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문학작품이 다양해진 만큼 문학상의 기준도 다양해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수많은 문학상이 한결같이 '순수문학'이라는 틀 안에 갇혀있을 것이 아니라 각기 개성 있는 범주와 기준을 설정해 각각의 문학상이 갖는 특성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문학상의 역할은 문학의 재미를 널리 알리는 일이며 문학의 재미는 너무나 다채로우니까.
황 선 영 도쿄대 비교문학 문화 박사과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