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에서는 석유자원을 둘러싼 열강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24일 고국을 찾은 재일동포 사업가 강하구(80)씨는 "세계는 지금 석유전쟁 중"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강국들이 장기적 비전을 갖고 석유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강국 진입을 꿈꾸는 한국도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4월 유전 개발이 한창인 러시아 사할린 섬 일대를 돌아보고 왔다. 엑슨-모빌(Exxon-Mobil), 쉘(Shell) 등 세계의 석유메이저들이 일본 자본과 손잡고 섬 곳곳을 탐사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한다. 강씨는 "동시베리아 끝의 유배지가 오일달러로 천지개벽을 맞고 있다"며 "영하 20도의 눈폭풍이 몰아치는 오츠크해 한가운데서 검은 황금을 캐려는 시추선들이 모여 있는 모습은 가히 골드러시를 연상시킬 정도"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지인의 도움으로 일본에 건너간 그는 갖은 고생 끝에 국제 곡물중개업으로 성공한 사업가다. 60년대 초 도쿄에 작은 상사(商社)를 열었다가 실패, 오키나와로 자리를 옮겨 설탕 판매에 손을 댔다. 처음에는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고'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베트남전 발발로 현지 주둔 미군의 수요가 폭발하면서 큰돈을 거머쥐었다.
사할린과의 인연은 이번이 두 번째다. 석유 매장 사실을 몰랐던 1990년대 초에는 수산물과 임산자원에 대한 관심 때문에 현지를 방문했다. 그때 강씨의 가슴에 깊게 새겨진 인상은 자신처럼 이국 땅에 사는 동포들의 고생하는 모습이었다. "제때 끼니 찾아먹기도 바쁜 2∼3세들의 빈곤한 생활을 보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80세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정한 그는 "사할린의 각종 부대사업만 해도 수십억 달러에 이른다"며 "모국 기업들이 하루빨리 진출, 사할린 동포들의 경제를 일으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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