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관련 집단소송법안이 여야 합의로 처리된 것은 모처럼 접하는 고무적인 소식이다. 기업의 투명경영을 유도하기 위한 집단소송제를 놓고 그 동안 정부, 여야, 재계와 시민단체 등은 3년여 동안 팽팽한 의견대립과 시각 차이를 보여왔으나 이번에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해 냄으로써 우리 기업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일보를 내딛게 된 것이다. 8월 임시국회 본회의의 최종심의가 남아 있지만, 여야가 합의한 만큼 내년 7월부터 시행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이 법에 따르면 내년 7월부터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모든 상장 등록기업이 허위공시, 분식회계, 주가조작, 부실감사 등의 불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소액주주들은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자산규모 2조원 이하의 상장기업은 2005년 7월부터 적용된다. 무분별한 소송 제기를 방지하기 위해 소송자격을 소액주주 50인 이상, 이들의 보유주식이 전체주식의 1만분의 1, 또는 주식 시가총액 1억원 이상일 경우로 제한했다.
이 법안에 대해 재계와 시민단체 모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생사가 좌우되는 송사에 휘말리기 쉬우니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다. 시민단체는 시민단체대로 남소(濫訴) 방지라는 명목으로 소송제기 조건을 너무 까다롭게 만들어 소송제기 자체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불만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재계와 시민단체가 도저히 합일점에 도달할 수 없는 이 법안의 성격상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재계와 시민단체가 만족하지 않고 있지만 이 법안은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 주식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기업 스스로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 미국 최대의 에너지기업 엔론의 파산이나 SK글로벌 사건에서도 보듯, 불투명한 경영이 기업의 죽음을 재촉했음이 드러나지 않았는가. 제도의 시행에 앞서 기업들 스스로 주주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는 일이 당면한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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