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계가 정부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노동계 또한 정부안을 중심으로 재협상할 의사를 밝히면서, 지난 수년간 끌어온 주5일 근무제의 법제화가 가시권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제 향후 협상과정에서 노·사·정이 취할 입장이 새로운 근로제도 형성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이 시점에서 노·사·정 당사자는 주5일 근무제의 기본취지와 성격을 확고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주5일 근무제는 소득수준 향상과 함께 나타나는 근로자들의 여가 욕구에 부응함으로써 근로자 복지 증대를 도모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인건비 상승을 수반해 기업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노사간의 이해 상충 및 논란의 기초가 되어 왔다.
주5일 근무제에 관한 노사간 이해가 항상 충돌하는 것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주5일 근무제 논의 과정에서 심도있게 다루어지지 못한 중요한 사실 한 가지는 이 제도가 노사간 이해를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주5일 근무제의 정착을 위해서는 이러한 가능성을 최대한 이용하여 노사가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근로제도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노사 이해가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은 주 5일 근무제가 근로생산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주5일 근무제가 여가 수요의 충족을 바라는 근로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라면, 기업은 그에 따른 근로생산성 증가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여러 설문조사에서 근로자들이 근로능률 향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높은 인센티브'보다 '주5일 근무제'를 압도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최근 경험적 연구들도 근로시간 감축의 근로생산성 증가 효과를 지적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근로시간 감축에도 불구하고 시간당 생산성 증가 덕분에 근로자 1인당 생산성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내용은 근로자 1인당 생산성이 주당 근로시간과는 무관하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연구 분석, 그리고 프랑스에서 3년 전 주당 근로시간을 35시간으로 감축했지만 실제 1인당 생산성은 감소하지 않았다는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
주5일 근무제가 근로시간당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것은 일반적으로 이 제도의 시행과 더불어 근로행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작업강도가 보다 강화되고 또 근로시간이 좀 더 유연하게 배분되어 외부여건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여가에 대한 욕구가 강한 근로자들로서는 주5일제에 수반되는 이러한 근로 부담을 수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주5일 근무제가 노사 모두의 이해를 동시에 도모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주5일 근무제 입안에 관해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싶다. 첫째, 주5일제의 기본취지를 살리고 근로생산성을 고려한다면 제도 시행과 함께 임금이 삭감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우리나라 휴일수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과다한 점에 비추어 휴일수를 하향조정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둘째, 주5일제의 생산성 증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초과근로수당 할증률 및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고용 유연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주5일 근무제의 성패는 그것의 생산성 증대 효과에 달려있다. 따라서 이 제도를 근로생산성 증대와 근로자 복지 증대를 동시에 달성하는 노사 상생의 전략으로 인식하고 그 바탕 위에서 법제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윤 정 열 이화여대 교수·경제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