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18세기 페미니즘 한글 소설 '뎡각녹'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김광순(63) 교수는 24일 발간된 한국문학언어학회 학술지 '어문론총' 제 38호에 '뎡각녹' 원문과 해제를 발표했다.18세기 후반에 창작된 것으로 보이는 '뎡각녹'은 총 89쪽의 한지에 붓으로 정자체와 흘림체를 섞어 쓴 필사본으로 김 교수가 경북 문경의 한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18세기 초반 중국 황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주인공 정 소저가 우연히 태자비가 된 뒤 무예를 익혀 반란군을 진압, 황실을 지킨다는 줄거리다.
조선 후기에는 '뎡각녹'처럼 주인공의 영웅적 활약을 그린 군담소설이 유행했으나 여자가 주인공인 것은 드문 편이다. 여걸이 주인공인 군담소설로는 '이대봉전' '황운전' 등이 있지만 '뎡각녹'은 남자 주인공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최초의 여성 단독형 군담소설로 추정된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그는 남존여비 사상이 만연한 조선시대에 이처럼 여성 주인공을 등장시켜 시대 분위기에 억눌린 여성 독자들의 인기를 누렸을 것으로 보았다.
김 교수는 "주인공 정 소저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부각해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격상시켰다"며 "18세기 순수 한글이 잘 나타나 있어 당시 언어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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