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릿다운 어린 벗아/ 빙그레 웃는 어린 벗아…너의 눈동자에는 광채도 있다/ 그야말로 신성(新星)과 같다…슬픔을 보아 온 네 눈동자로/ 기쁨을 볼 수 있도록 하라/ 낡은 반도를 보던 네 눈동자가/ 새로운 반도를 볼 수 있도록 하라'(이광수 '어린 벗의게') 춘원(春園) 이광수(1892∼1950)는 1916년 27연 108행에 이르는 장시 '어린 벗의게'를 발표했다. 조선 유학생 학우회 기관지 '학지광(學之光)' 8호(사진)에서였다. 지금껏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던 '학지광' 8호가 최근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발굴됐다. 월간 '문학사상' 8월호는 호테이 도시히로(包袋敏博) 일본 와세다대 교수가 찾아낸 '학지광' 8호, 11호의 목차와 함께 이광수 전영택의 전집 미수록 작품을 소개했다.'학지광'은 1914년 4월 2일 창간돼 1930년 4월 5일 제29호를 마지막으로 종간됐다. 영인본으로 남아있는 것은 열일곱 권. 새롭게 발굴된 8호는 일본 경찰이 압수, 판매 금지한 것이며 11호는 '이광수 전집' 등에 기록이 남아있긴 하지만 영인본에 포함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문인들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 실려 있어 문학사적 의미가 크다. 8호에 실린 이광수의 시 '어린 벗의게'는 '어린 벗'에게 의탁해 '3천리에 2천만이 하나의 생명이 되는' 소원을 노래한 작품이다. 호테이 교수는 "민족의 희망을 젊은이에게서 찾는 계몽가로서 춘원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평했다. 함께 실린 논설 '살아라'에서 이광수는 '살아라, 성장해라'를 인류헌법 제1조로 전제한 뒤 조선 청년의 생에 대한 욕망이 박약하다고 개탄하고, 분투할 것을 호소한다.
전영택(1894∼1968)의 글 3편도 새롭게 공개됐다. 8호에 실린 평론 '과학과 종교'와 '종교의 진수와 필요', 11호에 게재된 시 '秋(추)'다. '秋'는 10월 26일부터 11월 11일까지 일기 대신 쓴 단편시다. 목사이기도 했던 전영택은 평론 '과학과 종교'와 '종교의 진수와 필요'에서 "과학과 미술, 문예, 철학만으로는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고, 세계를 해석할 수도 없으며, 종교가 없다면 멸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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