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년 7월25일 프랑스 항공기술자 루이 블레리오가 자신이 만든 단엽비행기 '블레리오11'을 타고 도버 해협을 횡단했다. 유럽 대륙과 영국을 가르는 이 바다를 인간이 날아서 건넌 것은 역사상 이것이 처음이었다. 이 날 오전 4시35분 동이 트자마자 프랑스의 칼레를 떠난 25마력의 '블레리오11'은 정확히 37분 뒤인 5시12분에 영국 도버에 동체착륙했다. 이 모험적 이벤트를 주관한 영국 신문 데일리메일을 비롯한 언론의 대서특필로 블레리오는 하루 사이에 세계적 저명 인사가 되었다.40km의 해협을 날아 도버에 도착한 뒤 자신의 단엽기에서 내리는 블레리오에게 영국 세관원은 물품신고서를 들이밀었다. 아직 '비행기 조종사'라는 직업이 없던 터라, 블레리오의 직업은 '요트 단엽기호(號)의 선장'이라고 기록되었다. 이튿날 배로 도버에 도착한 아내와 함께 블레리오는 런던으로 가 런던 시민들의 환호 속에 파묻혔다. 며칠 뒤 '블레리오11'도 런던으로 옮겨져 옥스퍼드 거리 셀프리지 백화점에 나흘 동안 전시되었다.
블레리오는 초창기 프랑스 항공 산업을 주름잡은 일급 비행기 제작자였다. 제1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전설적인 전투기 조종사였던 조르주 마리 긴메르를 포함해 프랑스의 모든 공군 비행사들은 블레리오가 제작한 스파드기(機)를 탔다. 그러나 조종사로서 그가 얻은 명성은 행운에 신세진 바가 크다. 도버 해협의 첫 횡단 비행을 두고 그와 경쟁을 벌이던 위베르 라탕이라는 사내는 블레리오 못지않은 비행기 전문가였으나 몇 차례의 시도가 악천후로 좌절되면서 블레리오에게 도버의 명예를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블레리오의 쾌거가 있고 6개월이 지난 뒤인 1910년 1월 라탕은 역사상 최초로 고도 1,000m 비행에 성공해 인류 항공의 역사에 자기 이름을 새겼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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