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4일 새 농림부장관으로 허상만 순천대 교수를 임명하기까지 두 명의 유력후보가 막판에 미끄럼을 타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허 장관 인선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사람은 고건 총리였다. 특히 고 총리는 '책임총리'로의 위상을 다지려는 듯, 이번에 헌정 사상 처음으로 문서를 통해 임명 제청권을 행사했다.
고 총리는 23일 밤 청와대로 가 당초 문희상 비서실장이 주재하려던 인사추천위원회의 후보자 인터뷰를 직접 주관했다. 허 장관, 박상우 전 농림부 차관, 민병채 전 양평군수 등 후보 3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 고 총리는 농수산부장관 경력을 살려 청문회를 방불케 할 정도로 날카롭게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와 내부 토론은 저녁 9시에 시작, 24일 새벽 1시께까지 이어졌지만 참석자들은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대신 고 총리가 24일 오전 전날 밤 토론 결과를 참고해 유력하던 민 군수 대신 허 장관 제청을 결정했고 노 대통령이 받아들였다. 노 대통령은 이날 허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장관 자리가 다른 데로 가다가 고 총리가 다시 검토하자고 해서 바뀌었다"며 인선이 고 총리 작품임을 공개했다.
인사가 진통을 겪은 가장 큰 이유는 도하개발아젠더(DDA) 및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등 농업관련 국제 현안을 풀 수 있는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 장관 후보가 21일에는 황민영 농어민신문 대표, 23일에는 민 전 군수로 좁혀졌으나 모두 백지화했다. 허 장관은 일본 구주대와 미국 미주리대, 코넬대의 객원교수를 지내 국제적 안목을 갖춘 점이 인정 받았다. 또 이번 인선에선 호남 배려의 측면도 엿보인다. 김영진 전 장관이 전남 출신인데다 새만금사업이 전북 관련 현안이기 때문에 '후임 해결사'도 호남에서 택했다는 것이다.
/고주희기자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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