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데번포트의 '정리의 기술'에는 흥미로운 사례 하나가 있다. 무려 35개의 상자를 차고에 쌓아둔 여자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이 상자들을 이사 다닐 때마다 신주 단지 모시듯 가지고 다녔다. 15년 동안 단 한 번도 상자를 열어본 적이 없었다. 그저 그 안에는 너무나 값진 추억이 들어있어 하나도 버릴 수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결국 진력이 난 남편이 제안을 했다. 차를 한 대 사주겠다. 대신 차를 항상 상자 안쪽에 주차하는 조건이었다.며칠 후 그녀는 그 상자들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도저히 안되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부부는 어느 화창한 아침, 상자들을 개봉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상자에서 그녀가 발견한 것은 15년 전 직장에 다닐 때 만든 홍보 팸플릿이었는데 족히 500부는 되었다. 그 다음 상자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다. 박스를 열 때마다 그녀는 충격을 받았다. 값진 것은 없었다. 단지 그녀는 15년 전 자신을 해고했던 사람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상자는 두 개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과거의 분노와도 화해를 했다.
낡고 보잘 것 없는 물건을 죽어라고 간직하는 사람들이 있다. 윽박만 지른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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