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정리의 기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정리의 기술

입력
2003.07.25 00:00
0 0

리즈 데번포트의 '정리의 기술'에는 흥미로운 사례 하나가 있다. 무려 35개의 상자를 차고에 쌓아둔 여자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이 상자들을 이사 다닐 때마다 신주 단지 모시듯 가지고 다녔다. 15년 동안 단 한 번도 상자를 열어본 적이 없었다. 그저 그 안에는 너무나 값진 추억이 들어있어 하나도 버릴 수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결국 진력이 난 남편이 제안을 했다. 차를 한 대 사주겠다. 대신 차를 항상 상자 안쪽에 주차하는 조건이었다.며칠 후 그녀는 그 상자들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도저히 안되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부부는 어느 화창한 아침, 상자들을 개봉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상자에서 그녀가 발견한 것은 15년 전 직장에 다닐 때 만든 홍보 팸플릿이었는데 족히 500부는 되었다. 그 다음 상자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다. 박스를 열 때마다 그녀는 충격을 받았다. 값진 것은 없었다. 단지 그녀는 15년 전 자신을 해고했던 사람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상자는 두 개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과거의 분노와도 화해를 했다.

낡고 보잘 것 없는 물건을 죽어라고 간직하는 사람들이 있다. 윽박만 지른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