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사소한 말다툼을 한 뒤 사과를 했으나 이를 받아주지 않은 친구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뒤틀렸다고 생각한 20대 여성이 대낮에 친구를 불러내 흉기로 찔러 중태에 빠뜨린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24일 서울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두 차례 대학 진학에 실패한 뒤 대학 진학 공부를 하고 있는 김모(20)씨가 서울 은평구의 같은 동네에 사는 중학교 동창 박모(20)씨 집을 찾아온 것은 21일 오후 1시께. 벨소리를 듣고 나간 박씨는 1997년 중학 2학년 때 같은 반 단짝 친구였다가 사소한 말다툼을 한 뒤 멀어졌던 김씨를 보고 놀라긴 했지만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에 아파트 놀이터에 나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어 김씨는 박씨 아파트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박씨를 데려가 어머니에게 인사까지 시킨 뒤 "냉면을 먹으러 가자"며 함께 나갔다. 집을 나선 김씨는 그러나 "꼭 보여줄 것이 있다"며 자신의 집 뒤 야산으로 박씨를 유인했다. 산을 한 참 오르던 김씨는 오후 3시30분께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하자 박씨에게 "잠시 눈을 감으라"고 요구, 박씨가 눈을 감자 손가방에서 미리 준비한 등산용 과도를 꺼내 얼굴과 목, 등, 옆구리, 왼쪽 팔과 손 등 7군데를 찔렀다. 김씨의 손가방에는 식칼도 들어있었다. 박씨는 비명소리를 들은 등산객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돼 수술을 받고 23일에야 의식을 회복했지만 목 동맥이 절단되고 폐가 관통 당하는 등 중상을 입어 말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등산객에 붙잡혀 경찰에 넘겨진 김씨의 진술에 따르면 중학교 때 박씨와 A씨 등 3명이 '삼총사'로 불리며 친하게 지냈으나 박씨가 자신을 멀리하고 A씨와 둘이서만 친하게 지내자 "왜 나와 놀지 않느냐"고 따지며 말다툼을 벌였다. 이틀 뒤 김씨는 박씨에게 "미안하다. 다시 친하게 지내자"고 사과했으나 박씨는 절교를 선언했다. 김씨는 "제일 친하다고 생각한 박씨가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아 그 후로 친구도 없게 됐고, 우울증에 걸려 대학 진학에도 실패했다"며 "내 인생을 망친 친구에게 복수하려 했다"고 말했다. 조사결과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으로 생활능력을 상실하고 어머니는 미싱사로 일하는 등 집안 환경이 어려운 김씨는 이날 오전 범행을 하기 위해 과도와 식칼을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경찰에서 "중학 시절 가정환경이 부유하고 집안도 화목한 박씨의 모습을 보고 질투심을 느꼈다"며 "친구가 미안하다는 말을 한마디만 했어도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우울증을 앓으며 박씨에 대한 막연한 원망과 시기심을 갖고 있다가 범행한 것으로 보고있다. 김씨는 이날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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