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검찰과 경찰이 굿모닝시티 대표 윤창열(49·구속)씨의 횡령과 로비 혐의 등을 파악하고도 수사하지 않은 사실이 속속 드러나는 등 윤씨 사건의 불똥이 수사기관으로까지 옮겨붙고 있다. 당시 수사를 제대로 했다면 초대형 분양비리로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검·경의 사건 무마·은폐 의혹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해졌다.지난해 6월 서울경찰청 조폭수사대는 굿모닝시티 직원들의 폭력 사건을 수사하던 중 윤씨의 횡령혐의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을지로 6가 굿모닝시티 본사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의 횡령 의혹 내역을 상세히 기록한 A회계법인의 굿모닝시티 자산실사보고서를 확보하는 등 압수수색은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A회계법인은 굿모닝시티의 2,400억원 대출 추진을 위한 용역을 진행하다, 윤씨의 불투명한 자금 거래 등을 적시한 보고서를 회사에 제출한 뒤 용역을 중단했다.
조폭수사대는 또 자료 분석 등 보강 조사를 통해 윤씨의 40억원대 횡령 혐의를 확인했으며, 서울시에 억대의 로비를 벌인 정황과 민주당 허운나 의원 등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준 사실도 밝히는 등 부수적인 성과도 올렸다. 조폭수사대는 이를 토대로 구속 수사를 두 차례나 건의했지만, 검찰은 윤씨의 혐의 부인과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재지휘 결정을 내렸다.
이후 검찰도 윤씨를 조사했지만 혐의는 입증되지 않았고, 사건은 연예계 비리와 피의자 사망 사건 등에 밀려 장기간 검찰 서랍 속에 묻혀버렸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 검사 차원에서 덮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고 밝혀 고위층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더욱이 1년 전 포착된 혐의들이 뒤늦게 윤씨 등의 구속 사유에 포함된 것도 관련 의혹을 키우는 대목이다.
경찰 역시 수사 축소·은폐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윤씨는 2001년부터 최근까지 사기 혐의 14건을 포함해 무려 16차례나 형사 입건됐지만 단 한차례도 기소되지 않았다(본보 1일자 A9면)는 점은 수사의 부실 가능성을 한층 높인다. 굿모닝시티 주변에서는 윤씨가 수사 무마와 파출소 이전 문제 등으로 경찰 간부들에게 돈을 줬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으며, 윤씨의 변호인도 경찰 등에 대한 로비 사실을 시인했다.
한편 서울지검 특수2부(채동욱 부장검사)가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일부 경찰 간부들에 대한 수사에 나서자, 경찰측은 "제 식구를 보호하려는 물타기 수사"라고 반발하는 등 해묵은 검·경 갈등도 재연될 조짐이다.
/강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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