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은 서울 시내 초등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가고 맞는 첫 휴일이었다. 그래서인지 대형 서점의 어린이 책 코너는 책을 사러 나온 부모와 아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무슨 책을 사야 할지 몰라 이 책 저 책 구경만 하고 있었다.사실 최고의 독서 지도는 '알맞은 때에 알맞은 책을 알맞은 대상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발달 단계와 독서 흥미를 알아야 하고, 어린이 책에 대한 지식도 어느 정도는 가질 필요가 있다.
'아동문학론'(릴리언 H. 스미드 지음, 김요섭 역, 교학연구사)은 아동문학에 대한 폭 넓은 지식을 제공한다. 아동문학이란 무엇인지 전반적으로 훑은 후 시, 그림책, 이야기책, 팬터지, 역사소설, 지식 책의 장르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좀더 전문적인 내용을 원한다면, '어린이 문학의 즐거움'(페리 노들먼 지음, 김서정 옮김, 시공사)이 그 요구에 부응할 것이다. 그림책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책으로는 '그림책을 보고 크는 아이들'(이상금 지음, 사계절)이 있다. 우리가 흔히 취학 전 아이들이나 읽는 것으로 생각하는 그림책의 무한한 매력을 설명하고 있다.
'독서를 좋아하는 아이로 기르기 위한 50가지 방법'(캐시 A. 제일러 지음, 최이정 옮김, 문원)은 실생활에서 적용해 볼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책과 책 사이의 관계를 만든다'라는 장에서는 아이가 한 권의 책을 재미있게 읽으면 그것과 같은 작가의 책, 같은 주제의 책을 권하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아이의 취향을 알 수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수많은 책 중에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을 것이다. 독서지도 단체에서 나름대로 선택하고 짧은 해설을 곁들인 권장도서목록을 출발점으로 삼아볼 만하다. 좀더 자세한 해설을 곁들인 안내서로는 '내 아이 책은 내가 고른다―저학년용, 고학년용'(조월례 지음. 푸른책들), '어린이에게 좋은 책을'(이주영 지음, 너른들)이 있고, 심도 있는 비평을 곁들인 것으로는 '좋은 책 골라 읽기'(고정욱 지음, 진선출판사),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최윤정 지음, 문학과 지성사)도 있다.
부모의 기대와 아이들의 욕구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부모나 선생님이 권하는 책에는 지레 거부감을 갖는 아이들도 있다. 부모 욕심에서 아이 수준보다 높거나 교훈을 주는 책 위주로 권하지 않도록 하자. 그리고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그런 아이들은 실생활에서 직접 경험하거나,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을 더 좋아할 수도 있다.
책 읽기에 정도는 없다. 위의 책에서 추천한 책도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책 읽기는 무엇보다도 즐거워야 한다. 즐겁게 많이 읽다 보면 아이들 스스로 좋은 책을 고르는 눈을 가지게 될 것이다.
/대구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