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기간을 둘러싸고 논란을 빚어온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2년 만에 법사위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했다. 하지만 소송 제기요건이 엄격하다는 평을 들어온 정부안보다도 남소(濫訴) 방지요건을 더욱 강화한 법안이어서 시장의 투명성을 유도한다는 입법의도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내년 7월부터 2단계 실시
당초 정부안은 대외 신인도 등을 고려해 법 통과 시점부터 즉시 시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나라당이 "기업들이 기존의 분식회계를 정리할 수 있도록 2년간 유예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분식회계와 허위공시의 경우 적용대상 기업을 두 단계로 나눠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은 내년 7월부터, 2조원 미만 기업은 2005년 7월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대신 주가조작 행위는 내년 7월부터 모든 상장·등록기업에 대해 적용한다.
소송 제기요건 대폭 강화
또 다른 쟁점 가운데 하나였던 남소 방지책과 관련, 소송 제기 최소 인원을 50명 이상으로 한다는 정부안에 피고회사의 전체 주식 1만분의 1 이상이나 주식총액 1억원 이상 보유 중 적은 금액으로 한다는 내용이 보태졌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에 소송을 제기하려면 최소 50명의 투자자가 전체 주식(1억7,900만주)의 1만분의 1(1만7,900주) 이상이나 1인당 200만원씩 총 1억원 이상의 주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이 주장한 법원의 재판 허가 전 금융감독위원회의 전심(前審) 절차는 행정기관의 처분이 없는 상태에서 이를 의무화하는 것은 법리상 곤란하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남소 방지 장치로 건의했던 부분이 많이 누락돼 아쉽다"며 "검찰 고발대상을 금융감독위원회에서 조사해서 통보한 사안으로 한정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금감위 의견을 조회하는 정도로 법안이 통과됐고 지분율 요건도 0.01%로 너무 낮게 결정됐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도 "원고의 악의적 소송을 막기 위해 공탁금 납부를 법원이 명령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지만 누락됐다"며 "여러 가지 면에서 미흡한 면이 많아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상당부분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법안에 있는 소 제기요건이 너무 엄격해 실제 소송으로 연결되기가 쉽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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