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살라말라이쿵(당신에게 평화를)"23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 대사관 앞.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568차 정기집회'에 참석한 위안부 할머니들 사이에 낯선 이방인이 앉아 있었다. 지난 10일 이라크 반전평화팀 소속 임영신(34·여)씨의 초대로 한국을 방문한 이라크 여성 수아드 알 카림(49·사진)씨. "집회나 시위에 참여해보기는 처음"이라는 수아드씨가 집회 참석을 원했던 것은 전쟁으로 상처 받은 여성으로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남자들이 만든 전쟁 때문에 아이들과 가족들을 잃는다는 것은 여성들에겐 너무나 큰 고통이었다"고 전쟁의 아픔을 전했다.
수아드씨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두번째. 그는 "이라크 무역부 가이드로서 한국을 찾았던 지난해와 만나는 사람들도, 찾는 곳도, 느낌도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문에서 안산 외국인노동자센터, 전북 남원 실상사, 제주 4·3항쟁 현장,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나눔의 집,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을 찾았다. 그가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한국의 NGO 활동. "평범한 시민들의 힘으로 한국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수아드씨는 "당장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이라크가 안정을 찾으면 평화와 여성을 위한 NGO를 만들어 활동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수아드씨는 그 첫 단계로 이라크 바그다드에 어린이와 여성을 위한 평화도서관을 만들 계획. 수아드씨는 23일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강연을 하고, 일본 NGO 활동상도 보려 했지만 일본 정부가 비자를 내주지 않아 포기했다. 그는 "오히려 27일 임진각에서 열리는 정전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돼 잘됐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을 꼭 쥐어보였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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