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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기자의 컷]세남자와 폭력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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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기자의 컷]세남자와 폭력 바이러스

입력
2003.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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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영―2002년 8월.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160 시간 사회봉사.손광기―2003년 3월. 아내를 폭행한 혐의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400 시간 사회봉사.

윤다훈―2003년 7월. 나이 시비로 동료 김정균 폭행.

흔히 일어나지 않는 사건의 피의자였던 세 사람. 이들은 지난해 8월 개봉한 '패밀리'에 함께 출연했다. 영화는 목포 출신 깡패가 인천을 접수하려다가 룸살롱 마담들과 한 판 붙는 내용으로 윤다훈은 주인공 성준, 이경영은 조직의 보스, 손광기는 조폭 행동 대원 '덩치'로 나왔다.

이 세 사람의 사건과 영화 '패밀리'와는 무슨 악연일까.

그것을 설명하는 '운명적 필연'설. "영화에 액(厄)이 끼었다"거나 "조폭 영화를 찍으면 뒷끝이 좋지 않다"는 얘기다. 영화를 선택하는 데는 개인적 취향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고, 평소 '센 남자' 콤플렉스가 있던 남성이 아무래도 조폭 영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영화에 출연한 사람은 폭력이나 관습적 남성 문화에 젖기 십상이다. 미국 배우로 '남자다운 남자' 이미지가 강했던 찰톤 헤스톤 역시 문신과 총을 아끼는 미국 마초 남성들로 구성된 미 총기협회 회장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아귀가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땅의 수 십 편의 조폭 영화에 출연한 수 백 명의 배우가 모두 경찰서로 갔느냐"는 반박에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나비 효과'설. 이를테면 영화 '패밀리' 개봉 직전 터진 이경영 사건이 영화계에 데뷔한 손광기의 마음에 이상한 폭력 바이러스를 퍼뜨려 그는 선배 대신 아내에게 야구 배트를 휘둘렀으며, 수 개월 후 두 사건이 모두 부족한 예의 부족에서 비롯했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한 윤다훈이 술자리에서 나이 시비가 붙은 상대방에게 주먹으로 예의를 가르치는 시도를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땅의 모든 영화 관객들에게도 이런 폭력 바이러스와 예의 강박증이 퍼져 잇단 폭행 사고가 일어난단 말입니까" 이런 반박에도 해답이 궁색하다. 대체 세 남자의 운명과 '패밀리'는 무슨 관계일까.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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