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르 네우아닉 글·그림, 이진경 이재현 옮김 행복한 아이들 발행· 각 8,500원·초등 저학년 이하사랑 받지 못하는 사람은 얼마나 불행할까. 그냥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고 뽀뽀해 줄 사람만 있으면 되는데 그런 사랑조차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란 얼마나 가여운 것일까. 옛날 옛적 이시바 왕국에 살던 루시 페르는 바로 그런 불행으로 고통 받는 마녀다. 하지만 그는 결코 연민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마음을 곱게 쓰고도 사랑 받지 못한 그런 종류의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녀 루시가 사랑에 목마르게 된 것은 숲 속에서 독초를 따다가 달콤하게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을 본 뒤부터다.
그때 그는 문득 아무도 자신에게 뽀뽀해 주거나 사랑스럽게 쓰다듬어 준 일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마녀는 사랑을 하기로 결심했다.
'사랑이라는 것은 소름 끼치는 질병이다. 마녀들이여, 만일 뽀뽀를 하고 싶거나 낯간지러운 행동을 하고 싶은 생각에 사로 잡히면 '애인'이라는 것을 하나 골라야 한다. 제기랄, 하지만 그 사람을 빨리 내쫓아 버리는 게 좋을 것이다. 그 사람을 무 말라깽이로 만들어 버리거나 침대 깔개로 만들어 버려라.' 그녀가 사랑에 대해 배운 것이라곤 고작 이런 것이다.
프랑스 작가 네우아닉은 그림책 마녀 루시 시리즈에서 사랑을 구하기 위해 안달하는 마녀를 재미난 그림과 톡톡 튀는 글 솜씨로 엮어 독자를 즐겁게 한다. 등장 인물의 모습은 팀 버튼의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 악몽' 속의 인형들을 닮았다. 모습이 엽기적인 만큼이나 주인공 루시가 벌이는 행동도 어처구니 없다.
사랑을 피하는 자들에게는 복수 뿐이다. "괴상망칙 얼렁뚱땅 비틀비틀 꽈당!…" 주문 한 번에 그를 피해 도망간 사람은 모두 괴물로 변해버린다. 하지만 복수를 거듭한다고 마음이 편해질까. 시리즈 첫 권 '사랑에 빠진 마녀 루시' 이야기의 결론은 사랑의 요정 로잘리가 루시에게 들려주는 말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 나의 어여쁜 루시, 사랑받고 싶다고? 그거 멋진 일이지.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되는 거야. 쓸데없는 마법으로 남자들을 괴롭히지마. 그 대신 기쁨과 행운을 주렴. 달콤한 인생을 사랑하는 거야. 사랑해, 사랑해, 마음을 다해서." 그렇다고 작가가 아이들에게 무슨 대단한 교훈을 주려고 이 책을 쓴 건 분명 아니다.
힘으로라도 사랑을 차지하고야 말겠다는 마녀의 행동과 그를 피해 달아나는 사람들, 그리고 결국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절망으로 슬픔에 빠져드는 루시의 모습에는 시종일관 익살이 배어 있다. 사랑을 갈구하는 마녀가 벌이는 좌충우돌을 읽어가는 재미가 그만이다.
같이 나온 '엄마가 된 마녀 루시'는 배필로 지옥의 악마를 만난 루시가 임신하고 반쯤 천사인 날개 달린 아이를 낳은 뒤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어른이 아이를 가르치듯 아이 역시 어른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은근하게 보여준다. 책에는 루시가 어떻게 아이를 가졌는지 상세히 설명하는 대목도 있어 성교육서로도 읽힐 만하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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