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주변에서 자민련과의 합당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원내 과반의석, 최소한 제1당을 차지하려면 영남과 호남의 중간 지대인 충청권을 잡아야 하며, 그러려면 자민련과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최 대표와 자주 독대를 하는 한 인사는 23일 "다당(多黨)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이번 총선에서 가장 확실한 승리의 방편은 자민련과의 합당을 통한 충청권 석권"이라며 "이는 보수 대연합이라는 명분에도 맞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민련 김종필 총재에게 전국구든, 지역구든 헌정사상 최초의 10선을 보장한다면 통합협상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측근의원도 "여권이 전국단위의 통합신당을 창당, 우리 당을 지역적으로 포위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합당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가세했다.
이들의 합당론을 예사롭게 보기 어려운 것은 충청권에 대한 최 대표의 각별한 인식 때문이다. 그는 독특하게도 '충청 공략 실패'를 잇단 대선패배의 첫째 원인으로 꼽고 있다. 나아가 "구체적 단계는 아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라며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것임을 암시한 바 있다.
물론 이 언급을 곧바로 '자민련과의 합당추진'으로 해석하기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 마지막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최 대표가 향후 정국 판도에 따라 합당을 선택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는 셈이다.
그러나 신중론 내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 대표의 한 핵심 참모는 "자민련을 끌어들이면 우리에게 대선 패배를 안겼던 30, 40대와 이념적 중도세력이 또다시 등을 돌려 힘든 선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민련의 합당 지분요구를 어떻게 감당하려 하느냐"며 "신선한 인물을 발굴해 공천하면 충청권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한 고위 당직자는 "정치적 실익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정치문화와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데 더 큰 가치를 두어야 할 것"이라며 대표주변의 합당론에 거부감을 표시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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