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정전 50주년(27일)을 맞아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 등 국내외 한반도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국제 학술심포지엄이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학술단체협의회가 주최하는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는 '정전체제를 넘어, 평화체제로'. 냉전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반도 현실을 짚어보고 항구적 평화 정착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특히 커밍스 교수를 비롯해 이토 나리히코(伊藤成彦) 일본 주오(中央)대 명예교수, 첸관싱(陳光興) 대만 국립 칭화(淸和)대 교수 등 해외 한반도·동북아 문제 전문가들이 강연 또는 발제에 나설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심포지엄은 모두 3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글로벌 시대의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한 1부에서는 선제 공격까지 불사할 태세인 미국의 세계 전략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포괄적으로 조명한다.
'21세기 미국의 세계 전략―지구 제국의 건설'을 발표할 재미 언론인 김민웅씨는 미리 배포한 글에서 "조지 W 부시 정권은 미국이 주도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세계적 완결을 의미하는 지구 제국의 건설을 목표로 일체의 수단을 무제한 동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동북아가 미국의 제국주의 위계 질서에 편입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경계해 미국은 북핵 위기 등을 제기하며 동북아의 독자 결속을 해체하려 하고 있다"며 "반세계화, 반전, 민족 단결 운동 구상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신보수주의가 주도하는 미국의 향후 대북 정책을 포용 봉쇄 전쟁의 3가지 시나리오로 설명한 뒤 어떤 경우든 현 상황에서는 정부의 외교 정책을 유도하고 국제 여론을 환기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반전평화운동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앞서 기조 강연자로 초청된 이토 명예교수는 '글로벌 시대의 전쟁과 평화―한국전쟁 정전 50년에 즈음한 8가지 문제 제기'에서 "부시 정부의 세계 침략 전쟁에 맞서 동북아의 평화를 확보하는 길은 일본 평화 헌법의 원칙에 입각한 비무장·비폭력 연대"라고 지적한다.
2부에서는 첸(陳) 칭화대 교수가 '동아시아 반공주의와 친미주의 문화'를, 조은 동국대 교수가 '냉전 문화에 포획된 여성의 일상'을 통해 한반도 냉전체제의 문화적 성격을 조명할 예정이다.
초청 강연자로 나서는 한완상 한성대 총장은 '한반도 냉전 종식을 위하여―적대적 공생 관계 청산을 중심으로'에서 '적대적 대결 집단의 힘이 비대칭일 때 바람직한 청산 방식은 강자가 약자의 생존을 보장하면서 포용하는 것'이라며 '남한 정부는 남북의 경제 격차를 줄이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특히 북한 내 경제 전문 관료들의 힘을 키워주는 일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찾아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커밍스 교수가 기조 강연하는 3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 커밍스 교수는 '누더기가 된 평화체제―50년 동안 실패한 미국의 대한 외교'에서 최근 5년 동안 미국의 대북 정책 결정 과정을 짚은 뒤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은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이 1971∼72년 중국과 이뤄낸 타협 정책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 '고립 없는 봉쇄'를 통해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박순성 동국대 교수는 '냉전적 질서의 극복과 시민사회의 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문에서 "평화의 관점에서 그리고 북한 민중의 관점에서 북한 체제와 정책에 대한 비판을 늦추지 않아야 하며 그와 함께 현실적인 정책 대안을 북한에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남한의 평화 운동은 무엇보다 국민국가 중심의 안보관을 벗어나 한반도와 동북아의 새로운 평화질서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한국의 평화구상―정전 50년, 평화 100년'에서 정전 이후 한반도 체제 변화 과정과 미래를 조망할 예정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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