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이 나올수록 영화의 질은 더 떨어진다. 내가 기억하기로, 속편이 전편보다 나은 예외는 한 손에 꼽힌다. '대부2'가 '대부'보다 예술적으로 나았고 '배트맨2'도 '배트맨'에 못지않은 블랙유머가 있었다. 솔직히 이 두 편의 영화도 재미는 1편 쪽이 나았다. 그리고 '터미네이터' 2편이 있었다. '터미네이터2'는 'SF 테크 누아르'라 불리는 이 장르의 한계를 넘어섰다. 나무토막 같은 아놀드 슈워제네거에게서 영웅의 멋을 느끼게 한 영화도 '터미네이터2'다. 그런데 3편이 만들어졌다. 감독은 제임스 카메론이 아닌 조나단 모스토우다.현재가 미래를 건설하고 미래가 또 다시 현재와 뒤섞이는 '터미네이터'의 복잡 미묘한 세계는 3편에서 너무 단순해졌다. 1편의 터미네이터, 2편의 T―1000에 비하면 3편의 여성 사이보그 T―X는 그저 무지막지할 뿐이다. 이 강력한 전사에게 쫓기는 공포감과 맞서는 스릴도 그만큼 처진다. 아예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다. 1, 2편의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가 그리워지지만 '터미네이터3'(사진)는 다른 대안을 내놓는다. 1, 2편에 비해 훨씬 화끈하고 직선적인 팝콘 액션 무비의 재미를 주는 것이다. 금속기계들이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며 벌이는 액션 장면을 보면 이 3편이 액션 만큼은 확실히 업그레이드됐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열광했던 것은 전인미답의 액션 장면 때문만은 아니었으나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에 더 이상을 기대하는 것도 사치다. '터미네이터 3'는 반 잔의 술의 역설에 가깝다. 반 잔 밖에 남지 않은 술이냐, 반 잔이나 남은 술 이냐는 판단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터미네이터3'가 1, 2편의 후광을 업지 않은 독립된 영화라고 생각하면 마음은 편해진다. 입장료는 아깝지 않겠지만 남는 것도 없다.
조지 클루니의 감독 데뷔작 '컨페션'은 잘 생기고 느끼한 이 떠벌이 배우가 실은 대단한 재능을 감춘 야심가라는 걸 금방 알 수 있게 해준다. 낮에는 ABC 오락프로그램의 간판 프로듀서이고 밤에는 33명을 죽인 CIA 암살 요원으로 활약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내용을 담은 척 배리스의 '위험한 마음의 고백 ― 공인되지 않은 자서전'을 토대로 한 이 영화에서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존 말코비치 되기'의 찰리 카우프만이 시나리오를 쓴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결론이 아니라 이리 저리 배배 꼬이는 이야기 속에서 감상할 수 있는 삶의 요지경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컨페션'은 한 시대의 정치와 사회와 문화를 통틀어 풍자하면서도 설익었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믿고 싶어도 믿기 힘든 척 배리스의 자서전 내용에 기초해 이 영화는 보고 있는 것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헷갈리게 만드는 재치 있는 이야기의 속임수와 영화의 고전을 두루 섭렵한 티가 나는 클루니의 연출이 뜻밖에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을 수긍하게 만든다. 샘 록웰과 줄리아 로버츠와 드류 배리모어의 엉뚱한 연기는 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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