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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빌/한 여자 덮치는 의 개같은 인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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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빌/한 여자 덮치는 의 개같은 인간성

입력
2003.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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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라스 폰 트리에(47) 감독은 "영화란 신발 속에 든 돌멩이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범죄의 요소' '유로파' '전염병' 등 3부작에서 보인 냉소와 불편한 화면으로 충분히 증명됐다.또 "영화 찍는 일 말고는 세상 일에는 자신이 없다"는 말은 끊임없는 영상 실험을 통해 '디스토피아'를 실증해 보이는 그의 영화적 생산력을 설명하기도 한다. 냉소와 치기, 그리고 자신감은 라스 폰 트리에를 수식하는 또 다른 말이다. 그렇다면 연극적 무대를 차려 놓고 연극적 형식(9장으로 구성)으로 처리한 '도그빌'(Dogville)은 그의 감독 인생에 어떤 의미일까.

'엘름 스트리트' '헨슨네 집' '구즈베리 숲' 등 분필로 몇몇 장소를 구분해 놓은 연극적 무대에서 무려 2시간 58분이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도그빌'은 올 칸 영화제의 화제작 가운데 하나다. 트리에 감독이 컴퓨터 그래픽이나 지나친 편집 등 영화의 기계적 속성으로부터 영화를 지키려는 이른바 '도그마' 선언의 주축이란 점을 인정하더라도 이런 연극적 형식으로 영화를 찍었다는 것 자체가 도발이다. 문학이라는 어머니와 테크닉이라는 아버지를 둔 영화로부터 아버지의 존재를 분리해 내려는 의도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 치고는 이야기 구조가 매우 흥미 진진하다. 미국 록키 산맥에 위치한 작은 마을 도그빌. 8가구가 사는 작은 이 마을에 조직원에게 쫓기는 여성 그레이스(니컬 키드먼)가 찾아 든다. 사람들은 낯선 여자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지만, 톰(폴 베타니)은 그녀가 자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마을 사람들을 설득한다. 여자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점차 사람들은 그녀에게 마음을 연다.

어느 날 경찰이 찾아오자 사람들은 다시 그레이스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점점 이방인에 대한 공격적 본능을 드러낸다. 여자들은 그레이스를 하녀로 부려먹고, 남자들은 밤마다 그녀를 범한다.

라스 폰 트리에는 평화로운 마을에 살고 있는 순박한 사람들의 숨겨진 야수성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그런 야수성이란 '숨겨졌던' 게 아니라, 보는 사람의 관습적 사고 방식 때문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내레이터(존 허트)는 낯선 마을에 도착해 이방인을 바라보는 그레이스의 내면을 이렇게 표현한다. "그레이스는 이 마을과 사람들이 아름다워 보였다…그러나 달빛이 변하자 모든 게 달라 보였다." 이 대사는 마지막 반전 부분에서 비슷한 어조로 반복된다.

장애를 무기 삼아 그레이스를 희롱하는 시각장애인 노인, "때려 주지 않으면 엄마에게 맞았다고 이를 것"이라며 그레이스를 괴롭히는 소년(소년의 아버지는 그녀를 강간한다), 자신의 배신을 언어 유희로 합리화하는 작가 톰 등 도그빌 사람들은 그야말로 '개만도 못한 인간성'을 보여 주지만 그것은 그들만의 죄악은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거만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인간적 본성이기도 하다는 게 결말 부분의 언쟁에서 드러난다.

'도그빌'은 연극적 장치를 통해 영화적 상상력을 충분히 전달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증명하는 것 외에 연극적 장치의 특별한 미덕은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의 성과에 대한 논쟁이 불가피하고 칸에서 트로피 하나 없이 돌아가야 했던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야만의 마을의 유일한 생존자인 그레이스 역의 니컬 키드먼은 로렌 바콜 등 쟁쟁한 조연들과 훌륭히 교감한 연기로 긴 상영 시간을 조금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미국―기회의 땅' 3부작 중의 첫 작품으로 주인공 니컬 키드먼은 '만델레이'(2004), '위싱턴' 등 2·3부작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8월1일 개봉.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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