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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타고난 성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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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타고난 성품

입력
2003.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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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훈련장의 곳곳은 재미있는 표어들로 가득하여 즐거움을 준다. 숱한 세월 뺀질거리는 예비군들과 싸워온 예비군 훈련 전문 부대일수록 그동안 쌓은 공력이 만만치 않다. 지난 월요일 생애 마지막 예비군 훈련을 갔더니 심상하게 보아 넘기던 표어들마저 새롭게 보였다.첫번째 훈련장의 입구엔 이렇게 씌어 있었다. "타고난 성품을 지키어 화내지 맙시다" 북한산 근처의 그 예비군 훈련장은 천연기념물 제 217호 산양이나 겨우 다닐 수 있는 가파른 사면에 자리잡고 있다. 입구의 표어는 얼마나 많은 예비군이 훈련장으로 올라가며 화를 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부대의 기간 요원들은 '예비군은 군복만 입으면 성품이 변한다'는 신화를 굳게 믿고 있는 모양이었다. 풀어 쓰면 "선배님, 평소엔 점잖으신 분이 왜 여기만 오면 화를 내세요?" 가 되겠다. 절절하고 귀여운 표어다.

그 표어를 보고도 짜증을 부리는 예비군이 있는 듯, 그 다음 표어는 더욱 애절하다. "후배들은 선배님을 믿습니다." 이렇게 호소로만 일관하는 것은 아니다. 언덕을 다 올라가면 대한민국 예비군의 지적 갈망에 호소하는 마지막 표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알아야 산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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