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셋이다. 한자 '心(심)'의 세 점처럼. 캐나다에 있는 나, 한국에 있는 나, 일본에 있는 나." 최근 번역 출간된 장편소설 '김치'(창해 발행)의 작가 정욱(40)씨는 자신을 "한국인 부모를 둔 일본 출신의,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캐나다 거주자"라고 밝혔다.일본 여행 중인 그는 23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나는 누구인가'라는 문제를 두고 고심했으며, 소설 쓰기에서 그 해답을 찾아 왔다"고 밝혔다.
'김치'는 정체성에 의문을 갖는 한국인 남자의 사랑 이야기다. 남자는 10여 년 전 사랑을 나눴던 일본인 여성이 수녀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파리의 수녀원을 찾아간다. 만남을 거절당하고 수녀원 부근을 서성이던 남자는 갑작스럽게 허기를 느끼고 근처에서 산 포장김치를 꺼내 우적우적 씹어 먹는다.
정씨는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주인공은 말하자면 오직 삶의 1%만을 기억하는 기억상실증 환자와 같다. 그 1%는 김치로 대표되는 무엇"이라며 "한국 독자들이 한국 바깥에서 사는 한국인들의 다른 삶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작가 자신처럼 일본에서 나고 캐나다에서 자란 소설 속 남자의 이야기에 대해 정씨는 "실제 경험도, 자전적인 고백도 아니다"라면서도 "정체성에 관한 나의 고민이 작품의 중요한 질료가 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태어난 그는 캐나다로 이주해 몬트리올에서 성장했다. 콩코르디아대와 맥길대에서 불문학을 전공했으며 1994년 소설집 '방황하는 동양의 단편들'을 내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우리말은 하지 못하지만 한글을 읽을 줄 안다는 그는 "한국어와 한국 문학, 문화를 공부하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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