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교수는 1회용 종이컵이다'는 되지만 '○○대는 예술가마저 한낱 노예처럼 여기는 족벌사학이다'는 안됩니다…."법원이 서울 모 대학 조교수 재임용에서 탈락, 재단 퇴진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간 강사 김모씨에게 평소에 써왔던 재단 비방글 19개 문구에 대해 일일이 명예훼손 정도를 판단한 후 8개 문구는 사용을 허용하고 11개 문구는 사용을 금지하는 독특한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 민사18부(이인재 부장판사)는 22일 모 학교법인이"학내 피케팅 시위와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을 금지해 달라"며 김씨를 상대로 낸 출입금지 등 가처분 신청 항소심에서 학교측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인 1심을 깨고 "김씨가 사용해온 19가지 문구 중 희화(戱畵)적 표현이나 단순한 의견개진 형태인 8개 문구에 한해 인터넷 등에 글을 올리는 것은 허가한다"고 판결했다.
학내와 학교 주변에서 피케팅 시위를 하는 것은 금지할 수 있지만, 인터넷이나 출판물에 단순한 의견 개진 형태의 표현행위까지 금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법원이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문구는 '이사장님 8등신을 안 만들어 죄송합니다' '○○대 교수는 이사장의 머슴인가'등 이며, 명예훼손적 사실이 문제된다고 판단한 문구는 '그의 한마디면 교수가 잘리고, 예술작품이 싱크대가 되어 버립니다' '○○대에는 억압적이고 광기적인 공기가 흐른다' 등이다.
1998년 이 대학의 회화과 조소분야 조교수로 임용된 김씨는 2001년 재임용에서 탈락하고 행정소송에서도 패소하자, 지난해 3월부터 학내와 학교 주변에서 50여 차례에 걸쳐 재단을 비판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인터넷 등에 비방 글을 올리다 피소됐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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