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월요일 생애 마지막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다. 8년 간의 대장정(?)도 어느덧 끝이 난다 생각하니 착잡한 기분이었다. 끝날 때가 되니 내가 예비군 훈련을 얼마나 사랑해왔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예비군 훈련은 꼭 새벽 운동하고 비슷해서 가기는 싫지만 막상 가면 재미있는 일들로 가득하다. 그것만 보고 있어도 하루가 금세 간다.예비군 훈련장의 모습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이런 장면을 상상하시면 되겠다. 세렝게티 평원의 그 게으르고 게으른 수사자들만 모아서 얼룩말들이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예비군들은 절대로 뛰는 법이 없다. 어슬렁 어슬렁이야말로 예비군의 특권이며 현역병과 그들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징표다. 이런 예비군들을 데리고 훈련장으로 이동하는 조교들은 그야말로 펄쩍 펄쩍 뛰는 초식동물 얼룩말이다. "선배님, 이쪽으로 가시겠습니다. 훈련장에서 담배 피우시면 안됩니다. 저, 선배님 휴대폰 끄시겠습니다"(아주 이상한 어법이다. 그러나 거기에선 자연스럽다). 수사자들은 점심시간 직전에만 재빠르다. 그들은 잠시 가젤 영양으로 변신했다가 배를 채우면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담배를 피워 물고 아무데나 드러누워 잠들고 가래침을 뱉어 영역을 표시한다. 야성은 살아있다. 예비군 훈련장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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