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가 '현대 비자금 150억+α' 의혹 사건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특검 수사 등을 통해 150억원은 2000년 4·13 총선 등을 위해 사용된 '고도의 정치자금'일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여서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정치권이 또 한차례 홍역을 치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관련 인사들이 혐의를 부인하거나, 해외로 도피해 있어 의혹 해소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지금까지 특검과 검찰이 밝혀낸 내용을 종합하면,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은 4·13총선전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원 요청을 받고, 같은 달 7일 현대건설에서 양도성예금증서(CD) 1억원짜리 150장을 마련,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을 통해 전달했다. 전달시점은 '남북정상회담이 최종합의(4월8일)된 직후'나 14∼15일께로 추정된다. 특검은 박씨가 CD를 김영완(50·해외체류)씨를 통해 돈세탁한 것으로 보고 김씨 관련계좌를 추적했다. 그러나 세탁된 CD와 박씨의 연결고리가 드러나지 않고, 그 사용처도 김씨 개인용도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20억원은 인터넷 언론사와 S, D건설로 흘러갔지만 의혹이 없는 정상적인 돈거래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씨의 현금과 박씨의 CD가 맞바뀌었을 가능성'에 신빙성을 두고 있다.
만일 박씨가 김씨의 현금을 미리 받아 쓰고, 나중에 현대측의 CD로 갚았다면 150억원은 청와대의 총선 지원금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 회장이 "정권 실세의 요구인데다, 그것도 4·13 총선을 전후한 시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 입장에서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밝힌 대목도 주목할 내용이다. 문제는 이를 입증하려면 CD 추적은 의미가 없고, 다시 처음부터 박씨에게 건너간 현금을 추적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돈이 건너간 이후에 집중된 계좌추적을 2000년 4월 이전까지로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출국해 있고, 박씨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
150억원 수사는 난항이 불가피하지만 '+α' 수사는 활기를 띨 전망이다. 현재까지의 '+α'는 150억원을 4개의 뭉칫돈으로 나눈 것 가운데 40억원 짜리 뭉칫돈의 계좌추적에서 발견된 괴자금 50여억원. 그러나 박씨가 제2, 제3의 김영완을 두고 정치자금을 관리했을 수 있고, 이들 자금이 '+α'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영완씨가 귀국하지 않으면 수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예상에 대해, 대검 고위 관계자가 "자금추적을 하다 보면 다른 것들이 나올 수 있다"고 부인한 대목은 예사롭지 않은 부분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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