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았지만 학교는 멈추지 않는다. 학기중 못다한 각종 특기적성활동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올 여름방학 특기적성활동 가운데는 농활 동네뒷산탐방 목화키우기 등 톡톡 튀는 프로그램들이 많아 눈길을 끈다. 농촌을 직접 체험하고, 늘 식탁에 올라오는 과일이나 야채가 어떻게 자라나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있는 활동. 서울 한산초등학교 3∼6학년생 41명은 자매결연 학교인 전북 부안 상서초등학교로 21일부터 2박 3일간 '도농교류 체험학습'을 떠났다. 산과 들, 바다가 모두 있는 부안에서 텃밭을 가꾸고, 갯벌에서 게를 잡거나 조개를 캐는 등의 프로그램으로, 올해가 벌써 4년째다. 상서초등학교 학생들은 가을 무렵 서울로 올라와 '서울 체험학습'을 한다.학생들은 모두 마을 농가에서 민박을 하며 농촌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낀다. 이동수 교감은 "모기에 물리고, 잠자리도 불편하지만 나중에는 정이 쌓여 가족들이 모두 부안으로 나들이를 가기도 한다"고 말한다.
학원과 과외에 쫓겨 집 근처에 있는 야산도 제대로 돌아볼 틈 없는 게 요즘 초등학생의 생활. 서울 매봉초등학교는 인근 매봉산에서 '매봉산 풀이름 익히기'라는 행사를 마련했다. 26일부터 8월 18일까지 40여명의 희망자가 참가한다. 인근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주민 안억붕씨가 이들 초등학생과 인근 옥정중 학생을 인솔, 풀이름을 가르쳐 준다.
농촌에서도 보기 힘든 목화를 키우는 곳도 있다. 서울 구로남초등학교는 방학기간 내내 주 2회 교장까지 참여해 학교 실습장에서 각자 길러온 목화 화분을 돌본다. 학교 관계자는 "자라는 모양이 비교가 되니까 다들 정성껏 키운다. '문익점의 목화이야기'를 이해시키기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형식적인 '1인 1기(技)'차원이 아니더라도, 운동 한가지쯤 열심히 하면 자칫 나태해지기 쉬운 방학을 보람있게 보낼 수 있다. 서울 혜화초등학교는 한여름에 스케이트장을 찾는다. 21일부터 5일간 희망자 142명을 대상으로 고려대 실내 스케이트장에서 강습을 진행한다. 오명환 교감은 "피서를 못 가는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타며 더위를 잊을 수 있게 겨울에 예정된 교과과정을 앞당겨 시행한다"고 말했다.
서울 공연초등학교는 '건강달리기대회'로 '이열치열' 여름사냥에 나선다. 중랑천 월천교에서 녹천교 사이 자전거도로와 학교 운동장 등을 이용해 24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다. 왕복5㎞ 자전거도로는 어린이들에게는 다소 먼 거리지만 지구력과 인내심을 기를 수 있다. 서울 등양초등학교는 28일부터 8월24일까지 인라인스케이트를 가르치고, 서울 수유초등학교는 수영 육상 등을 배우는 무료체육교실을 21일부터 일주일간 운영한다.
방학중 특기적성활동에도 '공부'가 빠질 수는 없다. 대개 영어캠프는 학원이나 사교육기관에서 많이 주최하지만 올해는 학교가 직접 영어캠프를 맡았다.
서울 광남초등학교는 원어민 교사들과 함께 8월 11일부터 23일까지 영어캠프를 진행한다. 서울시교육청 영어연수를 받은 다른 학교 교사들도 참가하며, 이 기간에는 모두 영어만 쓴다.
이 학교 외에도 서울 상월·수락·언주초등학교 등이 영어캠프나 원어민 영어회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처럼 학교 주최의 영어캠프가 많아진 데 대해 시교육청 최재광 장학사는 "해외 연수나 학원 등으로 향하는 영어 열기를 공교육에서 흡수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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