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한 사랑으로 반려자와 함께 하는 인생은 무척 아름답다. 은혼식이나 금혼식을 가진 노부부는 동고동락해온 애정이 넘쳐나 대부분 다복하고 화목한 가정을 꾸민다. 화목한 부부나 남녀 사이를 일컫는 고사성어로 연리지(連理枝), 혹은 연리목(連理木)이란 말이 있다. 연리지는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나무가지끼리 붙어 자라는 것이고, 연리목은 뿌리가 다른 두 나무의 줄기끼리 서로 붙은 나무이다.이을 연(連), 결 리(理), 가지 지(枝)가 합쳐진 연리지나 연리목은 오늘날 효성이 지극하거나 다정한 남녀 사이, 혹은 금슬이 좋고 애정이 지극한 부부를 비유한 말로 쓰인다. 중국 시인 백거이가 비극적인 사랑을 읊은 '장한가'라는 대서사시에도 이 말이 나온다.'우리가 하늘에서 만나면 비익조(比翼鳥)가 되고 이승에서 다시 만나면 연리지(連理枝)가 되세….'
'마을숲 이야기' 원고를 쓰기 위해 현장조사를 갈 때마다 내리는 비를 맞는 것도 무슨 인연인지, 충남 금산군 양지리 장도마을의 팽나무 연리목을 찾아가는 길도 비가 내려 무척이나 질척거렸지만 비에 젖은 동구 밖 팽나무는 집필자를 반기는 듯 활력이 더 넘쳐 보였다.
현재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연리목은 전국적으로 몇 그루가 알려져 있는데 그 가운데 금산군 양지리 노인회관 곁에 자라는 팽나무를 최고로 친다. 양지리 팽나무는 1850년경에 마을 풍치와 정자목으로 키우기 위하여 10여그루를 심었다. 몇 그루는 심자마자 아무런 이유 없이 말라 죽고 몇 그루만 남았는데 그 중에서 회관 옆에 있는 연리목 2그루와 입구에 버티고 서있는 팽나무 한그루가 왕성한 생장을 보이고 있다. 주변에 고사한 몇 그루의 팽나무 등걸이 남아 있는데 최근 십여년 전에 고사한 것으로 보인다.
양지리의 팽나무 연리목은 부부 금슬을 상징하는 나무로서는 국내 단연 최고로 손색이 없다. 팽나무는 두 그루가 밑둥에서부터 붙어 꼬여 있는데 나무 높이 11m에 가슴둘레가 2.6m(지름 80㎝)나 되며 마치 사랑하는 부부가 포옹한 모습으로 붙어 있다. 나뭇가지 폭은 13m 정도로 한 그루의 커다란 가지는 노인회관의 지붕 위로 뻗어 있으며 생육상태도 매우 좋다.
입구쪽을 지키는 팽나무 역시 인공으로 조성한 언덕배기에 서서 왕성한 생육을 하고 있으며 양지리를 지키는 수호목으로 연리목을 보호하는 지킴이로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팽나무는 은행나무나 느티나무 만큼은 아니어도 오래 살고 크게 자라는 나무. 500년 이상, 많게는 1000년을 넘게 살아온 나무도 많다. 대부분 마을 입구의 당산목으로 위용을 자랑하고 서 있으며, 전국에서 보호되는 팽나무 노거수만 해도 470여주가 넘는다 하니 장수목임에는 틀림이 없다.
양지리 장동마을에서는 매년 정월초가 되면 금산군 문화원과 장동마을 민속보존회 주체로 장동달맞이 축제 행사를 연다. 달·불·바람을 주제로 하는 대표적인 전통마을 축제로 달집짓기와 길놀이 마당, 달맞이 마당, 행복한 추억만들기 등 다양한 행사를 치르는데 연리목 소원빌기 행사도 그 중 일부분이다. 장동리 마을 주민들은 팽나무 연리목이 마을 내에 위치한 것으로도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를 보존하고 가꾸는데 지금도 남다른 정성을 쏟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하리라 믿는다.
최명섭 임업연구원 박사 hnarbore@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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