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의 오트쿠튀르(houte couture·고급 맞춤복)와 프레타포르테(pret-a-porter· 기성복)의 구분을 자동차에 적용할 때, BMW 라인업의 경우 롤스로이스 팬텀이 오트쿠튀르의 최고봉이라면 BMW760Li(사진)는 프레타포르테의 최고봉이다. BMW측도 760Li의 직접연료분사방식 V12엔진이 '대량 생산차에 적용된 세계최초의 예'라고 홍보하고 있다. 6,000㏄ 438마력에 전장이 5m가 넘고 무게도 2t이 넘는 당당한 체구가 날렵한 디자인으로 포장돼 있다.일단 설레는 마음을 진정하고 뒷자리부터 앉아본다. 좌석위치나 깊이, 통풍 및 난방까지 전자식으로 조정할 수 있다. 또 시트 센서가 장착돼 있어 충돌 시 탑승자의 몸무게에 따라 안전벨트를 조정한다. 뒷좌석 안전벨트 강도조절기도 달려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뒷좌석 승차자를 위한 별도 AV시스템. 센터콘솔 뒤쪽에서 모니터가 솟아 올라 에어컨, 전화, 주행정보 등을 컨트롤 할 수 있다. 이 모니터를 통해 DVD를 감상할 때는 하이파이 시스템이 13개의 스피커를 작동시켜 영화관을 방불케 한다. 음료수 냉장박스에서 꺼낸 찬 음료 한잔을 곁들인다면 금상첨화다.
자리를 바꿔 운전석에 앉는다. BMW 엔지니어는 "8면봉과 12면봉을 굴린다면 어떤 것이 더 부드럽게 구를까요?"라는 질문으로 745Li와 760Li의 차이를 설명했다. 차를 몰면서 과연 그 비유가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너가 많은 지방도를 일부러 과격하게 몰아본다. 급커브를 고속으로 돌아도 바퀴 마찰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다.
운전조건에 따라 감쇄력을 연속적으로 조정하는 전자식 댐퍼 컨트롤(Electric Damper Control), 전자 공기 압축기와 센서에 의해 차량 무게 변화를 감지하는 자동 수평유지 서스펜션(Self-leveling rear suspension)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가속페달과 운전대만 움직이면 나머지 운전은 자동차가 알아서 하는 느낌이다.
제원표에 공식연비는 100㎞ 주행에 13.6㏄ 라고 적혀있다. 알기 쉽게 환산하면 1㏄에 6.3㎞, 기름 많이 먹는 걸로 유명한 미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수준이다. 트립컴퓨터에는 주행 중 연비가 ㏄당 4.8㎞ 정도라고 표시된다.
인테리어 역시 합성수지 따위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고급 가죽으로 휘감았다. 가격 2억3,510만원(부가세 포함). 촌스러운 비유일지 모르지만, EF쏘나타 10대 값이 넘는다.
/정영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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