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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 드 프랑스 15구간 /"아름다운 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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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 드 프랑스 15구간 /"아름다운 멈춤"

입력
2003.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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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이겨낸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미국)의 프랑스 도로일주 사이클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 사상 두번째 5연패 도전. 여기에 선두를 다투던 암스트롱이 불의의 사고로 넘어져 일어날 때까지 이를 기다려준 숙적 라이벌의 깨끗한 스포츠맨십. 지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질주가 프랑스의 피레네 산맥에서 벌어지고 있다.20일간 총연장 3,277.5㎞의 산악구간을 달리는 지옥의 레이스. 올해로 100년째를 맞는 투르 드 프랑스에 도전한 레이서들이 22일(한국시각) 피레네 산맥레이스의 최종 구간(15구간) 결승점을 향해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었다. 선두는 1996년 고환암 진단을 받은 이후 한쪽 고환과 뇌조직 일부까지 떼어낸 암스트롱. 99년 이후 4년째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펼쳐온 암스트롱은 그러나 경쟁자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었다.

구간 결승점까지 남은 거리는 불과 9.5㎞. 이 순간 뜻하지 않은 불상사가 일어났다. 이를 악물고 페달을 밟는 암스트롱이 환호하는 군중 옆을 빠져나갈 즈음 손을 앞으로 뻗은 채 응원하는 한 어린이의 가방에 핸들이 걸리면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바로 뒤에서 추격하던 이반 마요(스페인)도 이를 피하지 못했지만 얀 울리히(독일)는 가까스로 충돌사태를 면했다. 전 구간까지 울리히와 암스트롱의 종합기록 차이는 15초차. 97년 이 대회 제패 이후 암스트롱의 등장으로 만년 2인자에 머물렀던 울리히에게는 6년 만에 정상을 탈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그 순간 울리히는 '우정'을 선택했다. 사고 지점을 조금 벗어난 지점에서 울리히는 페달에서 발을 내려놓은 채 암스트롱이 다시 레이스를 시작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것은 보은의 결과이기도 했다. 2001년 대회에서는 울리히가 산악 구간에서 내리막길을 달리다 넘어졌을 때 암스트롱이 속도를 늦춰 울리히의 레이스를 도와준 적이 있다. 울리히의 도움으로 다시 페달을 밟은 암스트롱은 15구간(159.5㎞) 레이스에서 4시간29분26초만에 결승선을 통과, 울리히와 마요 등을 40초차로 제치고 이번 대회 들어 처음으로 구간 1위를 차지, 대회 5연패에 성큼 다가섰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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