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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용출의 국제潮流]북핵 협상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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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용출의 국제潮流]북핵 협상의 속내

입력
2003.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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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틀을 둘러싸고 북미간 막바지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미국은 협상에 임하기 전에 협상 입지를 강화하려는 여러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북한도 회담 형식엔 융통성을 보이면서 협상카드 마련을 위한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이제 회담의 형식과 함께 회담의 내용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기본적으로 미국은 북한 핵무기의 근본적인 폐기에 관심이 있으며, 이를 확실히 이행하기 위해 가능한 한 북한을 다자적 틀 속에서 지역의 공동 책임 하에 묶어두려 하고 있다. 즉, 동북아 지역의 어느 국가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원치 않고 있다는 점을 활용하고, 나아가 해결 과정에 따르는 비용까지도 공유하려 한다. 따라서 이전의 제네바 합의와 같은 북미 양자 합의는 피하면서 동시에, 북한이 원하는 정권과 체제 보장 요구에 대해서도 미국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은 북한의 전략과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북한의 전략에 대한 지금까지의 숱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왜 북한은 그렇게도 미국과의 양자 회담을 고집하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해답은 제시되지 못했다. 북한이 다자 회담을 통해서는 불가능한 그 무엇인가를 미국과 논의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우선 소극적 측면으로, 북한이 다자적 틀이 부여하는 공동의 압력을 원치 않는다는 것, 주변 국가들과의 양자 회담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미리 다자적 틀 속에서 소진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보다 적극적인 측면에서, 북한은 체제 보장 차원을 넘어선 고차원적인 전략적 고려 때문에 미국과의 양자 회담을 고집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이용하여, 지금까지의 중국에 대한 일방적 의존에서 벗어나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략적 줄다리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과거 소련과 중국 사이에서 소위 등거리 외교를 통해 많은 이득을 챙겼다고 생각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미국과의 양자 회담을 통해서만 가능한 21세기형 전략적 게임을 구상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아울러 남한으로부터의 체제 위협도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일견, 남북한 관계 개선으로 인해 체제 위협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5년 동안의 관계 개선은 이런 사고를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본격적인 체제 개혁과 개방을 시도하기에 앞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남한과의 체제 격차로 인한 남한으로부터의 영향력과 위협일 것이다. 남북한 교류 증진에 따라 북한 체제가 받게 될 불가피한 영향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북한 정치 집단에게는 위협적일 수 있다. 그러므로 북한은 장차 예상되는 남한으로부터의 체제 위협과 이것이 초래할 한반도 불안정성을 경고하면서 미국의 관심을 끌어내고자 할 것이다. 이런 논의는 다자적 틀이나 남한의 참여가 있을 경우 다루기 곤란한 문제가 될 것이다.

이처럼 향후 협상과정에서는 북한 핵 문제에 국한된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미국과, 이를 계기로 복잡한 안보·정치·경제 게임을 노리는 북한 사이의 협상 의제 설정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따라서 이제는 이후 협상의 구체적인 의제 설정과 이것이 한반도 및 지역 질서에 미칠 영향을 신중하게 분석하고 대비해야 할 때다.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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