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정부 부처의 58개 기금 가운데 4대 연금기금을 포함한 공적자금 관련기금을 제외한 52개 일반기금 중 절반에 가까운 24개 기금을 폐지해 예산에 흡수 통합하라고 권고한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이 기금들이 그동안 얼마나 엉터리로 운용되어 왔는지를 말해준다.정부는 그동안 특별히 보호하거나 지원·육성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지만 일반예산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경우 특정 용도에 쓸 수 있는 기금을 조성, 활용해 왔다. 이런 기금들이 우리나라의 취약한 부분을 보강하고 균형발전을 꾀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해 왔음도 사실이다.
기금은 특정 목적과 용도로 만들어진 이상 그 목적이 달성되고 용도가 필요 없게 되었다면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 그러나 기금규모는 줄어들기는커녕 일반예산을 앞질러 늘어났다. 실제로 일반회계 예산이 1980년 5조8,000억원에서 2002년 106조로 18.2배 늘어난 데 비해 기금은 같은 기간 4조2,000억원에서 191조원으로 45.4배나 증가했다. 그 규모는 일반예산의 1.8배에 이른다. 각 부처의 기금의존도를 짐작케 한다.
기금은 속성상 한번 만들어지면 폐지하기 힘들다. 안정적으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데다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융통성 있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각종 명목의 기금을 만들어 놓고 없애지 않는 것은 기금이 부족한 예산을 메워주는 일종의 저수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해당 부처나 기관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폐지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이 같은 기금의 속성을 제대로 짚은 것으로, 바로 개선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무계획적으로, 당초의 목적에 어긋나게, 불투명하게 운용된 것으로 지적된 기금들은 효율성과 투명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과감히 정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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