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에서 8가구 규모의 다세대 주택을 시공하고도 분양이 지지부진한 바람에 공사대금 1억8,000만원을 받지 못한 이모(43)씨. 공사대금을 받을 방법을 궁리하던 이씨는 동료 직원 6명과 함께 지난달 10일 공사현장으로 시공회사 문모(30) 사장을 불러 시가 5억4,000만원짜리 건물 포기 각서를 쓰게 했다. 이 가운데 1채를 팔아 공사대금을 나눠가진 이씨 등은 최근 부산 해운대 경찰서에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부산 동래구의 한 경비 용역업체 A 대표는 지난 10일 직원 450여명의 6월치 월급 3억여원을 갖고 잠적했다. 관할 지방노동사무소가 뒤늦게 진상 조사에 착수했으나,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돼버린 용역업체 직원들은 허탈에 빠졌다.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업주들이 일용직원들의 임금을 갖고 달아나는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이달 초에는 경기 김포시 D정밀에서 전현직 직원 4명이 임금과 퇴직금 1,300만원의 지불을 차일피일 미룬다며 사장 김모(52)씨를 회사 창고에 감금, 숨지게 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특히 경기 불황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에 놓인 영세 사업장에서는 노사간에 서로 물고 물리는 형국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노동부가 올 5월까지 집계한 체불임금은 총 2,525억2,300만원으로 전년 동기간(2,029억2,000만원)보다 24.4% 증가했다. 또한 체불사업체는 3,380곳으로 전년 동기간(2,189곳) 대비 54.5%나 늘어났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들어 더욱 심해져 5월 한달 동안 임금을 체불한 사업체는 1,271곳에 달해 올해 총 발생사업체의 37.6%에 달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체불임금이나 근로자수보다는 업체수의 증가율이 월등히 높다"며 "임금체불은 경기와 정비례하는데, 주로 근로자수가 적은 소규모 영세사업체의 경영상태가 악화해 부도가 늘어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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