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체제보장 문제에 대해 융통성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중대한 변화다. 워싱턴 포스트는 22일자 인터넷 판에서 "후속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 핵 위기를 종식하기 위한 미국의 계획을 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물론 북한의 핵 폐기를 전제로 북한을 침공하지 않겠다는 공식적인 약속이 포함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뉴욕 타임스도 이날 "미 정부 관리들이 북한의 도발 없이는 북한을 침공하지 않겠다고 해온 부시 대통령의 언급을 공식화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북한에 대한 미국의 체제보장 약속은 그 동안 북한이 집요하게 요구해온 사안이라는 점에서 후속 회담을 통해 양측간 진지한 주고받기가 이루지면 북한 핵 문제는 해결의 큰 전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어떤 형식으로 체제를 보장해줄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다만 북한이 원하는 불가침조약은 미국 의회의 통과가 힘든 만큼 조시 W 부시 대통령의 선언, 또는 다자회담에 참여하는 국가들의 공동 보장 등의 형식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최근 들어 꼭 조약의 형태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대북 태도가 압박 일변도에서 실질적 대화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징후는 부시 대통령의 말에서도 감지된다. 부시 대통령은 21일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북한 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다시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북한의 제2 플루토늄 제조 시설 보유설에 관한 질문을 받고 "전세계에 현재 핵개발 과정에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려는 북한의 욕망은 새로운 게 아니다"고 말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필립 리커 국무부 대변인도 "우리는 북한의 다양한 활동에 관한 정보를 꾸준히 받고 있으나 그 중 많은 것은 근거 없고 확인할 수 없는 것"이라며 "제2 플루토늄 시설 보도도 그런 범주에 속한다"고 말해 부시 대통령과 장단을 맞췄다.
뉴욕 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지난 3월 "북한의 핵에 대해 참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에 비하면 훨씬 부드러워졌다고 평가했다..
부시 대통령의 태도 변화는 4월 베이징(北京) 회담을 잇는 북 미 중 3자회담 전망을 밝게 한다. 필립 리커 대변인도 미국이 3자회담 후 5자회담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지도자들과 회담한 뒤 "추가 회담에 대한 희망이 있는 만큼 몇 주 안에 회담 성사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밝힌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언급은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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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길(曺永吉) 국방장관은 22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에 대해 미 정보기관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았는데 소형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북한의 핵 연료봉 재처리 문제에 대해 "재처리를 시작했지만 아직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8,000개를 재처리하는 데는 기술적으로 최소 7∼8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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