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홍콩의 미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홍콩의 미래

입력
2003.07.23 00:00
0 0

이 세상은 분쟁과 충돌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가 보다. 이달 초에 일어난 홍콩의 국안법(國安法) 항의 데모는 비교적 조용하게 나라를 안정시켜 나가는 중국에 하나의 시련을 예언하는 사건이었다. 50만명이 거리에 나선 이 시위의 직접적인 원인은 중국의 홍콩통치를 강화하는 국안법에 대한 항의였다. 이 시위에서 드러난 홍콩인들의 요구는 중앙정부의 간섭을 배척하고 행정장관과 입법의원을 직선제로 뽑자는 것이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 베이징의 중앙정부가 통제를 강화하자 주민들의 반중정서가 싹트기 시작했고, 독자적인 홍콩의 경제적 지위도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홍콩 반환 후 50년간 중국은 일국양제(一國兩制)로 홍콩의 특수 지위를 보장하기로 했지만, 자유의 공기 속에 살아 온 홍콩인들은 대륙의 공기가 무겁다.■ 홍콩을 구경해 본 사람들이 이 도시에 매력을 갖는 이유는 아마 '중국 아닌 중국'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이 섬이 중국으로 반환된 한참 후인 2001년 처음 홍콩을 보았는데, 그 첫 인상은 '산이 있는 맨해튼'과 비슷했다. 그러나 홍콩은 여러 외국인이 모여사는 단순한 국제도시가 아니다. 보다 깊은 홍콩의 모습은 중국과 앵글로 문화의 혼합이었다. 영국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 위에 중국인들이 미국식 비즈니스를 벌이고 있는 것 같았다.

■ 홍콩이 독특한 빛을 발했던 것은 20세기 후반이다. 중국이 죽의 장막으로 외부세계와 차단되었을 때 홍콩은 유일하게 중국대륙으로 통하는 길이고 정보의 유통센터로서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중국이 덩샤오핑의 개방정책을 채택하여 경제성장을 추구할 때에는 서방과 중국의 통상중개지로서 진가를 발휘했다. 아시아에서 사업을 벌이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홍콩을 두고 도쿄나 싱가포르를 기웃거릴 수가 없을 정도로 이곳은 비즈니스센터로 각광을 받았다.

■ 그러나 홍콩은 그 옛날의 화려한 지위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과거 세계의 홍콩에서 이제 중국의 홍콩으로 약화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개방정책 확산으로 세계의 기업은 홍콩을 거칠 필요가 줄어들고 있다. 중국정부는 상하이를 미국의 뉴욕에 필적할 만한 중국경제의 심장부로 개발하고 있다. 서방기업들도 아시아의 본거지로 홍콩이 아니라 상하이 푸동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유일하게 남아있는 홍콩의 장점이 있다면 그것은 아직도 자유도시라는 점이다. 중국이 정치적으로 홍콩화할 것인지 홍콩이 중국화할 것인지 관찰 대상이다.

/김수종 수석논설위원 sj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