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여성 피아니스트 나이다 콜이 31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에서 첫 내한 독주회를 갖는다. 미모와 실력을 겸비해 눈길을 끌고 있는 차세대 피아니스트로 여성피아니스트 기근으로 고민하던 세계 피아노계가 적지 않은 기대를 쏟고 있다. 오히려 남성 피아니스트가 귀한 국내 상황과 달리 세계적으로 스타급 여성 피아니스트는 아르헨티나의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일본의 우치다 미쓰코 등 손에 꼽을 정도이다.올해 내한한 외국 피아니스트를 봐도 그렇다. 카리스마를 가진 윤디 리, 박력 있는 연주를 선보인 랑랑, 예술의전당과 마이크 세팅 문제로 연주를 지연시키기까지 한 까다로운 완벽주의자 크리스티안 침머만, 9월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하루에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곡을 연주하는 괴력의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에 이르기까지 남성 피아니스트들의 면면은 화려하지만 여성 피아니스트로는 중국계 헬렌 황 정도가 고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성숙한 프로 연주자인 나이다 콜의 존재는 더욱 빛난다. 캐나다 아티스트로는 100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적 클래식 레이블 도이체 그라모폰과 계약한 후 2001년 데카 레이블로 옮겨 내놓은 첫 음반 '포레, 샤브리에, 사티, 라벨'은 세계적 음악잡지 '그라모폰'에서 '지켜봐야 할 연주자'란 평가를 받았다.
첫 음반과 얼마 전 국내에서도 출시된 두 번째 음반 '리플렉션'(데카 DD7035)으로 들어본 나이다 콜의 연주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지적이고 탄탄하다. 남아프리카계와 백인의 혼혈로 갈색 피부에 금발, 여성 피아니스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감성적이고 육감적 연주가 나올 법한데 의외다. 같은 포레의 곡 연주를 비교해도 백건우의 음반(데카 DD5953)이 훨씬 섬세하다.
그러나 페달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명료하게 음색을 섞어나가는 연주스타일은 라벨 등 프랑스 음악연주에 제격이다. 언뜻 감상적 연주로 흐르기 쉬운 라벨의 곡에서 작곡가의 원래 성격인 이지적이고 치밀하고, 기품있는 모습을 살려내기 때문이다. 토론토 출신인 그녀가 불어권인 몬트리올 대학교에서 마크 듀란트를 사사한 영향도 있다. 나이다 콜의 홈페이지(www.naidacole.com)에 이지적 연주의 러시아계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와 실내악을 많이 했다고 밝힌 것도 연주스타일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두 번째 음반에 수록된 리스트의 '소나타 b단조'는 무뚝뚝하다. 연주시간은 28분 정도로 빠른 편이지만 리듬의 유연성이 부족해 리스트 특유의 즉흥적 느낌은 잘 살지 못한 편이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슈베르트의 '3개의 피아노 작품', 사티의 '3개의 짐노페디', 메시앙의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 중 노엘', 포레의 '발라드 Op. 19', 쇼팽의 '소나타 3번'을 연주한다. 클래식 마니아라면 관심을 가질 만한 레퍼토리다.
특히 메시앙의 곡은 콜의 연주스타일과 잘 어울릴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월간 Vox'와의 인터뷰에서 "조만간 곡 전체를 연주하는 리사이틀을 갖고 싶고 언젠가는 이 작품만으로 레코딩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한 애착을 보였다. (02)751―9606
/홍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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