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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의 야구 불문율]상대에 크게 이기고 있을 때 볼카운트 0-3서 타격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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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의 야구 불문율]상대에 크게 이기고 있을 때 볼카운트 0-3서 타격하지 마라

입력
2003.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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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시즌 뉴욕 메츠와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메이저리그경기에서 흥미있는 일이 일어난 적이 있다. 몬트리올의 강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가 사건의 주역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몬트리올은 뉴욕을 10―0으로 크게 앞서 있었다. 승패가 이미 갈렸지만 타석에 들어선 게레로가 볼카운트 0―3에서 힘차게 배트를 휘두른 게 사건의 시작이었다. 게레로의 배트가 허공을 가른후 다음 투구가 문제였다. 상대투수 터크 웬델이 잔뜩 화난 얼굴로 강속구를 던졌다. 타깃은 게레로였다. 이후 상황은 불을 보듯 뻔했다. 아니나다를까 두팀선수들은 그라운드로 몰려나와 한바탕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국내프로야구에서도 간혹 볼 수 있는 모습이었지만 TV로 이장면을 함께 지켜보던 A가 불쑥 한마디를 던졌다. "또 싸움박질이군. 애들도 많이 보고 있을텐데 도대체 왜 주먹다짐을 하는거야." 또다른 일행 B는 "게레로가 맞을 짓을 했으니까 그랬겠지"라며 A의 말에 각을 세웠다. 한참 언쟁이 오간후 둘은 나에게 유권해석을 내려달라고 했다. A는 가끔 야구장을 찾기는 하지만 야구의 미묘한 구석에는 별 관심이 없는 순수 아마추어팬인 반면 B는 웬만한 규칙은 다 아는 골수팬이어서 의견차가 충분히 납득이 갔다.

하지만 둘의 의견차가 너무 커 선뜻 한사람의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았다. 요령껏 설명을 해주자 A가 수긍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투수가 상대타자에게 위협구를 던지는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만 놓고 보면 원인제공자는 게레로였다. 이미 승부가 끝난 상황에서 상대팀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욕심을 부린 게레로를 두둔할 야구선수는 거의 없다. 더욱이 볼카운트가 0―3인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타격했다는 것은 상대투수의 불편한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한 것이다. 상대편은 이미 전의를 상실한채 한시라도 빨리 경기가 끝나기를 바라고 있는데 동업자에 대한 배려는 커녕 등에다 비수를 꽂는 행동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한 장면을 놓고서 A나 B처럼 의견이 천양지차인 경우를 많이 봤다. 특히 속내를 잘모르는 팬이 특정선수나 감독을 일방적으로 비난할때는 부아가 치밀기도 한다. 남을 헐뜯거나 비판하기전에 '왜'라는 말을 한번만 곱씹어 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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