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2회 브리티시오픈은 이변으로 시작해 이변으로 끝을 맺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디펜딩 챔피언인 어니 엘스(남아공), 마스터스 그린 재킷의 주인공 마이크 위어(캐나다)와 US오픈을 거머쥔 짐 퓨릭(미국) 등 당대의 고수들을 줄줄이 침몰시킨 것은 팩웰만(灣)에서 불어오는 변화무쌍한 바닷바람이 아니었다. 두려울 것 없는 무명들의 거센 돌개바람에 그들은 하나 둘씩 무너져갔다.대회 초반 외신을 점령한 것은 리더보드 최상단을 꿰찬 허석호(30·이동수패션)와 헤니 오토(27·남아공)의 낯선 이름이었다. 첫날 1언더파로 공동 4위로 출발한 허석호는 사흘 내내 선두권을 유지하며 무명들의 반란을 주도했다. 비록 마지막 날 부담감을 떨치지 못한 채 6타를 까먹으면서 최종합계 8오버파 292타를 기록, 공동 28위로 밀려나기는 했지만 허석호는 'S K, HO'라는 자신의 이름 석자를 전세계 골프팬의 뇌리에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첫날 선두를 질주하다 2,3라운드에서 9오버파로 망가졌던 오토도 최종라운드에서 다시 2타를 줄이면서 4오버파 288타로 공동 10위에 랭크, 처녀 출전한 브리티시오픈에서 톱10에 진입하는 기쁨을 누렸다.
반란극의 '엔딩타이틀'은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갓 입문한 '루키' 벤 커티스(26·미국)의 버디쇼였다. 커티스는 11번홀까지 6개의 버디를 쓸어담으며 브리티시오픈 역사상 최대의 이변을 연출했다. 신인이 첫 메이저대회 출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13년 US오픈 우승자 프란시스 위밋 이후 두번째. 경기 후반 보기 4개로 무너진 커티스에게는 행운도 뒤따랐다. 외신들은 15번홀까지 커티스에 2타차 앞선 토마스 비요른(스웨덴)의 우승 소식을 타전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마의 16번홀(파3)이 있었다. 티샷한 공이 벙커에 빠진 뒤 세번 만에 겨우 탈출에 성공하면서 비요른은 2타를 잃어버린 데 이어 17번홀(파4)에서 또 다시 보기를 범하면서 커티스에게 우승컵인 '클라레 저그(은빛 주전자)'를 헌납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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