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구자홍(사진) 회장은 최근 사내 게시판에 '정도경영 실천을 위한 당부의 말씀'이란 글을 띄웠다. 구 회장은 이 글을 통해 "정도경영을 어기는 경우 회사에 해를 입힌 것으로 간주, 일벌백계의 심정으로 조치할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구 회장이 '일벌백계'의 대상으로 구체적으로 적시한 사례는 임직원이 협력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행위와 '범위를 벗어난' 선물을 받는 것 등 두 가지. 특히 협력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임직원에게는 "이 달 말까지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LG전자측은 구 회장의 이 같은 이례적인 지침 하달에 대해 "4월 구성된 정도경영 태스크포스팀으로 일부 임직원이 협력회사 주식을 보유,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윤리경영 매뉴얼 등장
최근 윤리경영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단순한 선언 수준을 넘어 엄격하고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마디로 기업별로 '윤리경영 매뉴얼'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삼성은 올들어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별로 내부 정보를 통해 협력회사 주식을 사들여 부당이익을 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상사의 직무 유기나 부당한 지시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부정판단 기준'을 만들어 배포했다.
현대자동차도 최근 협력회사가 불편사항 및 건의사항을 자사 경영진에 직접 전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협력회사 소리함 제도'를 신설한데 이어 직원들의 불공정 사례 행위를 인터넷을 통해 신고 받는 '사이버 감사제도'를 도입했다.
'재계 윤리경영의 요람'으로 평가 받고 있는 신세계도 5월 협력사와의 거래를 인터넷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협력사 온라인 상담실'을 개설한데 이어 최근 윤리규범에 따라 새로운 표준 계약서 양식을 도입했다.
윤리경영은 기업 경쟁력
윤리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것은 윤리경영이 곧 기업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SK그룹이 타격을 입은 것을 보면서 충격을 받는 것이 사실"이라며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기 때문에 윤리경영, 투명경영은 이제 경영의 필수요소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기업의 수익성뿐 아니라 도덕성까지 고려하는 것이 국제 투자업계의 흐름"이라며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 남기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로 재무장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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