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등에 대한 산업은행의 불법 대출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기호(李起浩)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21일 "2000년 4월말 당시 임동원(林東源) 국정원장이 남북정상회담 전에 정부가 1억달러를 북한에 송금하기로 한 사실을 알려주면서 재원조달 방안 검토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A2면이 전 수석은 이날 오후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상균·金庠均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대북 비밀송금 의혹사건 2차 공판에서 "1억달러 재원 마련을 위해 나는 남북교류협력기금 활용을 제안했으나 당시 임 원장과 박지원(朴智元) 문광부장관이 '공개되면 안 된다'며 반대, 현대에 대지급을 요청하는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도 이날 "2000년 5월 중순 당시 박 장관은 '1억달러 마련에 애로가 있으니 현대측이 대신 지급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장관은 "정 회장을 만난 것은 사실이나 1억달러 대지급을 요청한 기억이 없다"며 "이 전 수석에게 현대 지원을 요청했지만 금액과 대출기관을 특정하지도, 불법 대출을 감수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 전 장관은 이날 재판부에 공소사실 중 자신에게 적용된 구 외국환관리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박 전 장관은 "이 법률은 국내에서 외국으로 금전을 지급할 경우 재경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으나 이는 북한을 '외국'으로 판단한 것으로서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대한민국의 영토로 본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과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장관은 이날 보석을 신청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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