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건무)은 21일 일본인 가네코 가즈시게(金子量重·78·아시아민족조형문화연구소장)의 기증유물을 전시하는 '아시아인의 삶, 아시아의 마음' 특별전을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부터 박물관에 3차례에 걸쳐 모두 1,020점을 기증한 가네코 소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기증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마련됐다.이번 전시에 나온 문화재는 중국과 동남아 등에서 수집된 불상 불화 불경 등 불교관련 자료와 각국의 칠기 토기 목공예 복식 등으로 아시아 생활사의 단면을 볼 수 있을 만큼 다양하고 가치도 크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미얀마의 건칠불두(乾漆佛頭)와 경상(불경을 담는 그릇)으로 당시 사원의 규모와 불교미술의 수준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높이가 1m에 이르는 건칠불두는 16세기에 건칠기법으로 만든 불상의 머리부분. 이는 미얀마에서도 구하기 힘든 유물이라고 박물관은 밝혔다. 건칠기법은 흙으로 형태를 만든 후 천을 붙여 여러 번 칠을 해서 만드는 방식이다. 또한 주칠(朱漆)과 흑칠(黑漆), 나전칠기, 동남아 최대의 선사 유적인 태국 반치앙 유적 출토 토기, 각국의 민속의상 등도 포함돼 있다. 이번 전시는 8월17일까지 열리며 용산 새 국립박물관이 문을 열면 별도 전시실이 설치될 예정이다.
이건무 관장은 "가네코 소장의 유물은 직접 돌아다니며 구입한 것으로 출처가 확실하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며 "동남아 유물 소장품이 빈약한 박물관으로서는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온 가네코 소장은 "내 자신이 김해 김씨의 후손으로 항상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면서 "일본의 다른 박물관에서도 기증 요청이 있었지만 한국에서 보여주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기꺼이 기증했다"고 말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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