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드라마 여주인공 동생, 대체 누구야?"22일 종영하는 MBC '옥탑방 고양이'에서 주인공 정다빈의 동생으로 나오는 봉태규(22)는 드라마 첫 출연에서 의외의 수확을 거뒀다. 아무에게나 '형'이라고 부르며 넉살 좋게 들러 붙는 봉태규는 시청자들로부터 "희한하게 생긴 녀석이 연기도 잘 한다"는 평을 얻었다. 주인공 김래원과는 동갑인데 대여섯 살 어려 보인다.
당연히 인기도 높아졌다. "이리 와서 사인 좀 해 주지." 친근한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동네(성북구 석관동) 꼬마 녀석들까지 반말로 사인을 부탁한다. "처음엔 배역 비중이 적었는데 점점 대사가 늘더라구요."
그는 8월15일 개봉되는 영화 '바람 난 가족'(감독 임상수)에서는 더욱 맹랑한 모습으로 나온다. 옆 집 아줌마를 슬쩍 슬쩍 훔쳐보더니, 아예 아줌마에게 사귀자고 달려든다. 여성의 은밀한 부분을 얘기하다가 "한번 보죠. 교육적으루다가"라며 달라 붙는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교육적으로'였는데, 발음이 꼬였어요. 감독님이 좋다고 다시 한번 해보라고 하데요."
시나리오 속 부잣집 후처의 아들인 신지운의 묘사를 보고 봉태규는 처음 ''씨클로'의 양조위 분위기'를 떠올렸다. "그런 분위기로 하면 영화사에 피해를 줄 것 같아서 그냥 제 스타일대로 갔어요. 갖고 있는 것을 버릴 수도 없고." 신지운은 애정결핍에 버릇없고, 맹랑한 그런 녀석이다.
'처녀들의 저녁 식사' '눈물'의 임상수 감독이 만든 '바람난 가족'은 시어머니도, 아들도, 며느리도 모두가 바람을 피우는 콩가루 집안의 이야기다. "다른 영화에서는 불륜을 하면 누가 상처 받거나 포기하는 그런 분위기잖아요. 이 영화는 그런 억압이 없으니 통쾌해요. 사실 한 사람이랑 10년씩, 20년씩 사는 건 지겨울 것 같아요."
그가 '바람 난 가족'을 선택한 것은 "임 감독과 일하면 뭔가 업그레이드될 것 같아서"이다. 불량한 가출 소년 소녀들이 더 불량한 어른들과 부닥치는 영화 '눈물'로 데뷔한 봉태규는 '정글쥬스' '품행제로' '튜브' 등에서 그야말로 품행에 문제가 많은 역할을 맡았다. 그래서 주로 불량 소년이나 허술한 이미지의 캐릭터만 출연 요청이 들어 온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배우를 직업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수능을 마쳤지만 팔이 부러지는 바람에 미대 입시를 치지 않은 2000년 1월 '눈물'의 조감독 눈에 띄어 영화에 출연한 이후 영화와 TV에서 깜찍한 조연으로 인정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설치 미술가 이불의 작품을 보면 미술에 대한 미련이 생기기도 하고, 압구정동에 신선한 야채 과일 가게를 차려볼까 하는 궁리도 생기고, 놀고도 싶고…." 그러나 "너무 (연기에) 매달릴 경우 잘 하지 못하면 상처 받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는 게 보다 솔직한 고백이다.
"저런 애도 TV에 나오는구나" 하는 대리만족감을 자신의 인기 비결로 꼽는 봉태규. 다음 영화로 이범수 주연의 '헬로 UFO'를 찜한 봉태규. 언제쯤 그가 "내 직업은 연기자"라고 밝힐지 궁금하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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